요요기 카페 ROSTRO, 시부야 토미가야의 숨겨진 커피 맛집!
말라버린 촛농마냥 큰 결심을 동반하여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것이 힘에 부치는 요즘이다. 다시 마라톤을 스타트하기까지 아마도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침대에서 가만히 굼벵이처럼 몸을 말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콧바람이라도 넣어줘야겠다고 생각하여 요요기(代々木)로 향했다. 오늘 향한 곳은 요요기-토미가야. 요요기 공원은 도쿄 여행의 정석 코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있는 편이지만, 토미가야(富ケ谷)에 대해서는 생소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토미가야는 도쿄대 코마바 캠퍼스 뒤쪽이기도 하고, 아베 전 총리의 사저(私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근처를 산책하다보면, 경찰이 지키고 있는 길목을 볼 수 있는데 그 쪽이 아마 사저와 연결되는 곳일 확률이 높다. 카페 ROSTRO는 요요기 공원이랑도 가까워서, 요요기 공원을 가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곳도 방문할 후보에 넣는 것을 추천. 사실, 토미가야에 있는 후글렌(フグレントウキョウ, FUGLEN COFFEE ROASTERS TOKYO)라는 카페를 방문하는 것도 생각했었는데 사람이 너무 붐벼서 이쪽으로 오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로스트로의 장점 중 하나인 야외석. 사실 이 곳은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이기 때문에, 이곳의 메뉴는 야외석(테라스) 이용객이나 테이크 아웃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이다. 반면 가게 내부에서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메뉴가 따로 없고, "바리스타가 손님의 취향을 반영하여 마련하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 그래서 메뉴 없는 커피집「メニューのないコーヒー屋」으로 명성이 있는 모양. 이 날 커피 한 잔만 시켰는데 정산했을 때 가격은 700엔. 가격만 놓고 보면 싼 가격은 아니긴 하지만, 카운터석에서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고려했을 때 그리 비싸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이 집은 국제 카페 테이스팅 경기회(IIACティスティング競技会)에서 2년 연속으로 금상을 수상한 곳이었다. 일본인 최초의 기록인 듯. 가기 전엔 몰랐는데 이 포스팅을 하면서 알 게 된 건 안 자랑.. 가게 내부에서 이용을 하려는 사람들은, 먼저 ① 스태프를 불러서 주문 → ②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맛의 커피를 오더 → ③ 바리스타가 취향을 고려한 1잔을 만듦 → ④ 커피를 맛본다 의 순서로 즐기면 될 것 같다. 자신의 커피 취향을 정확하게 아는 일명 "커잘알"이 더욱 즐길 수 있는 카페일 것 같다.


한국에서는 카페인만 때려부으면 된다고 생각했었으나 일본에서는 자꾸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카페가 많아서 본의 아니게 '커피 취향 찾기'를 하게 되었는데, 나는 산미가 있는 커피보다 쓴 맛이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것 같다. 같이 카페를 방문한 형은 산뜻하고 산미 있는 커피(さっぱり系)를 주문. 엄청 복잡한 주문도 가능한데, 리뷰 중에 어떤 사람은 「ピーチの香りと甘味に爽やかな酸味のアクセント、深煎り焙煎の苦味と甘味は不要」와 같은 주문도 한 모양. 그리고 점원이 학이 그려져 있는 접시를 가져다주었는데, 놀랍게도 마스크 놓는 접시였다..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는 커피를 만들어주는 카페라는 취지에 맞춰서, 카페에는 "이거 인건비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바리스타가 많았다. 문맥을 전혀 캐치하지 못했던 우리는, "후진 양성하려고 그러나보다"라는 결론을 내렸었는데, 알고보니 점포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니.. 이 카페는 바로 앞에서 커피를 만들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만큼, 커피에 대한 사랑이 높을 수록 방문할 이유가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커피를 잘 몰라도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카페의 분위기를 즐기기에도 좋을 만큼, 아늑하고 한적한 곳이다. 요요기에 방문할 예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