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본 맛집

도쿄 산겐자야 맛집 카페 A-bridge, 옥상에서 산겐자야를 내려다볼 수 있는 Cafe & Bar

몰두 2022. 2. 18. 00:04

나는 한국에서 딱히 나만의 아지트같은 카페를 갖고 있지 않았다. 아니, 찾아볼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한국에서 나는 할 일을 시작하기 이전에 커피로 잠을 깨면 족했으므로, 어디까지나 커피는 테이크 아웃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카페 실내를 이용하고 싶을 때는, 밤새서 공부하고 싶을 때였달까. 따라서 어디 스타벅스는 카페 분위기가 좋으니까 가야지보다는, 어디 탐앤탐스가 24시간 하니까 밤새기 좋겠다가 나에겐 더욱 익숙한 사고회로였다. 커피에 대한 기억으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빨대 꽂아서 학교 도서관이든 독서실로 향했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굳이 스타벅스나 블루보틀 브랜드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도쿄에 오게된 뒤로부터, 나의 커피에 대한 관점이 좀 바뀌게 되었다. 여기서 커피는 실내에서 먹는 음료에 가까웠다. 거리를 걸으면서 아이스 커피를 먹는 사람이 일본에 거의 없다는 것은, 여기 온 지 얼마되지 않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확연했다. 아무래도 거리를 걸으면서 먹거나 마시는 것을 매너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더하여, 테이크 아웃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런지, 한국에 최근에 많이 생기는 테이크 아웃용 중심 저가 커피점이 일본에는 거의 없다. 그보다는 각 바리스타의 고집이 커피에 발현되는 개인 카페가 훨씬 많다. 그리고 손님들은 진득하니 앉아 커피의 향과 맛을 즐기기 위하여 방문하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도쿄의 카페에서, 애초에 오늘도 할 일을 힘겹게 시작하기 위해 카페인을 때려부으러 온 손님은 발견하지 못했더랬다.

 

에이브릿지
코메다 커피를 오른쪽에 끼고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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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허름한 건물에 카페가 있다고?라고 생각될 정도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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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주변에 덕지덕지 스티커가 붙어있다. 힙하다면 힙하고.. 더럽다면 더러운..

 

무의식적으로 그런 일본의 커피 문화를 서서히 인지해갈 즈음에,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어 집 안에만 있게 되는 시간이 늘었다. 한국에서처럼 뇌가 카페인을 원할 때는 커피를 사다가 집에서 주로 마시게 되었고, 전과는 다르게 혼자서 바깥을 마음놓고 쏘다다니기에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따라서 너무 답답할 때 사람이 얼마 없을 것 같은 시간대를 찾아서라도 가고 싶은 카페 하나 찾아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산겐자야의 A-bridge이다. 

 

일본에는 아나바(穴場)라는 단어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자신만 알고 싶은 좋은 장소라는 의미이다. A-bridge는 이 아나바에 적합한 장소인데, 먼저 캐럿타워 방면 산겐자야 출구로 나와서 이곳을 찾으려면, 구글 지도를 키고 가더라도 정말 어렵다. 갈 때마다 헷갈리는 정도.. 그래서 배스킨라빈스-코메다 커피 쪽 대로로 돌아가면 이 카페로 바로 갈 수 있는 골목이 보인다. 재밌는 건, 건물 1층에 와서도 여기에 카페가 있다고? 라고 의심할 정도로 허름하다. 하지만 이렇게 꼭꼭 숨겨져 있는 만큼 방문할 때마다 사람이 꽉 차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차라리 휴무일이라 닫았을 지언정..). 올라가면 산겐자야의 빅에코부터 삼거리까지 훤히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경치가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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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설명회를 오샤레하게 듣기 위해 처음 찾았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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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닉한 패턴무늬와 아늑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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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는 노란 조명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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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겐자야를 꼭대기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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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서만 보이던 고가도로를 옆에서 감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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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꽤 넓으며, 추워서 나가지는 못했지만 테라스 자리도 존재.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는, 이제 좀 대학원 생활에 적응이 되어 취업을 하냐마냐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즈음이었는데, 여기서 노트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업계탐색도 할 겸 인턴이라도 한 번 지원할까 싶어 인턴 온라인 설명회를 보고 있었다. 아직 긴가민가했던 터라 취업에 대한 열정의 씨앗이 타오르고 있지는 않을 때라서, 문간에 발 들여놓는 식의 걸음마 단계였다. 커피 한 잔만 시켜놓고 몇 시간동안 죽치고 앉아있어도 눈치보이지 않아 좋은 곳이라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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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과 맥주, 안주들도 다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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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지를 시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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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킬라 선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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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로는 올리브.

 

그 뒤로도 몇 번 방문했었는데, 저녁을 먹고 간단히 술 한 잔 하는 곳으로 이용했었다. 거나하게 먹고 죽자가 아닌, 맥주, 칵테일, 와인, 위스키 등을 한 잔하면서 이야기하기에 이용하기 좋은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치즈 모듬(cheese cheese cheese, チーズの盛り合わせ)가 안주로는 좋은 것 같다(정작 찍기 전에 다 먹어버려서 항상 못찍었지만..). 이 카페에 있는 테라스석도 날씨 좋을 때 한 번 이용해보면 좋을 것 같고, 가끔씩 라이브 바를 하니 좋아하는 사람은 시간에 맞춰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정작 라이브 바 하면 시끄러워서, 나는 피해서 오지만..). 산겐자야 경치를 바라보며, 아늑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카페 & 바 A-bridge, 여유가 되신다면 꼭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 또 다른 좋은 카페, 다이칸야마 MONKEY CAFE D.K.Y. 포스팅은 여기로. 

https://doowhatiwant.tistory.com/17

 

다이칸야마 카페 맛집, MONKEY CAFE D.K.Y.(モンキー カフェ 代官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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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요기 토미가야 카페 ROSTRO 포스팅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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