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고독한 미식가

고독한 미식가 키치죠지 카야시마(カヤシマ), 시즌1 7화에 등장하는 풍미 넘치는 경양식 맛집!

몰두 2022. 1. 18. 19:30

오랜만에 고독한 미식가 포스팅으로 찾아왔다. 이번에 찾아간 키치죠지 맛집인 카야시마(カヤシマ)은, 고독한 미식가(孤独のグルメ) 시즌1의 7화 「무사시노시 키치죠지 다방의 나폴리탄(武蔵野市吉祥寺喫茶店のナポリタン)」 편에 등장했던 곳이다. 이 곳의 진가를 느끼고 싶다면, 평일 런치로 갈 것을 추천한다. 이 가게는 곱빼기(大盛り)나 반곱빼기(やや盛り)가 무료인 것도 특징. 독특한 분위기의 다방에서 딱 떨어지는 1000엔 한 장에 맛있는 식사와 음료수까지 해결할 수 있어, 가성비가 매우 좋기 때문

 

도쿄에 온 이후로, 키치죠지 거리 분위기가 그리 좋다니까 꼭 가봐라라는 말도 많이 들어보았고, 도쿄에서 신혼부부가 살고 싶은 도시로 꽤 높은 랭크에 키치죠지가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도 들었으며, 여기에  있는 이노카시라 공원과 지브리 미술관이 유명하다는 말도 들었지만, 참 갈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친구들과 무리지어 같이 갈 기회도 있었는데, 그 때는 굴러온 호박을 차낼 수밖에 없던 사정이 있었던 같기도 하고.. 키치죠지는 어쨌든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발길이 참 그쪽으로 향하지를 않던 곳이었다. 키치죠지로 향한 이 날도, 계획을 착실히 세워서 갔다기 보단 충동적인 동기가 더욱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키치죠지선로드상점가
역에서 나와 선로드상점가로 들어갑시다.
카시야마간판
지도를 찾아 샛길로 빠져나오면 보이는 카야시마.

 

그렇게 처음 방문하게 된 키치죠지. 방문해보니, 사람들이 왜 키치죠지x2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먼저 거리 분위기가 되게 화사하다. 날씨가 좋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아기들이나 학생들이 되게 많아 이동인구들의 평균연령이 낮은 편이다. 그에 걸맞게 아동 대상의 영어 유치원부터 수험생 대상의 학원까지 다양하다. 한편,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살 수 있는 상점부터 백화점이 다양하고, 독특한 소품샵도 많다. 또, 오샤레한 맛집이나 카페가 많아서 적당히 번화가 느낌도 나지만, 왁자지껄하지는 않다. 또 다른 추가적인 특징으로는 큰 공원 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공원도 군데군데 있으며, 일본 치고 건물들이 적당히 큼직하다는 정도? 총체적인 평으로, 살기 좋아 보였다. 오, 여기서 살 기회가 있다면 살아보고 싶다 하는 정도였으니.

 

적당히 거리 분위기를 감상하며, 향한 카야시마. 난 왜 자꾸 이 곳을 카시야마라고 기억하는 걸까.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지는는 중하요지 않다"고 한다는 것이 떠오르는. 1975년에 열었다는 이 가게는 고독한 미식가 방송 덕분에, 키치죠지하면 떠오르는 음식점 중 하나가 되었다는 모양이다.

 

카시야마입구
손님이 솔찬히 있어서 잠시 대기. 
카시야마입구와이드샷
입구부터 수수한 다방과 같은 느낌이.
기다리는동안앞에입간판읽기
여러 술 종류도 판매.
런치메뉴
런치타임이 6시 전까지라니, 관대하군요!
고로상이먹었던나폴리탄
고로상의 나폴리탄을 시킬지, 오므라이스를 시킬지 고민하던 중 발견한 견본.
나폴리탄과오므라이스
결국 오므라이스로.

 

현재 점주이자 2대째 점주이신, "사토 코이치(佐藤 孝一)" 씨는, 본래 학생 때의 친구들과 같이 학원을 운영했다는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 때, 같이 학원을 운영하던 친구들과 아지트로 모였던 곳이 "카야시마". 어느 시점부턴가 커피집을 차리겠다는 꿈이 생겨 학원을 접고 이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수련을 하다가, 실제로 카페를 차렸으나 얼마 못 가 경영상의 문제로 폐업. 그러다 1대 점주가 우리 가게를 돕지 않겠냐고 손을 내밀어 수락한 후, 시간이 지나 2대 점주까지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단다.

 

그건 그렇고, 고로상은 여기서 나폴리탄 세트를 먹었다고 했는데, 뭔가 오늘따라 나는 오므라이스가 더 땡겨서 나폴리탄은 스킵하기로 하였다. 그러고보니 전 번 초밥집 포스팅에 이어서, 고로상을 따라서 가게까지 가놓고는, 마지막에는 내 멋대로 메뉴를 정해버렸다. 뭐 어떻게 나오는지는 입구에 놓인 견본을 충분히 봤으니까.. 괜찮았다!

 

내부 분위기

메뉴판
카야시마 와쿠와쿠 세트 메뉴

 

내부는, 음식점이라기 보다는 다방에 더 가까웠다. 벽을 보면 내부에서 가끔씩 밴드가 라이브를 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우리는 둘 다 오므라이스, 레몬 아이스티를 시키기로. 나는 반곱빼기(やや盛り)를 시켰는데, 반곱빼기여도 배부를 정도의 양을 주므로 참고하시길

 

다방과라이브바사이
온 사람은 전부 혼밥 중. 내 쪽 줄은 텅 비어있다.
시부이한벽
벽에는 각종 일본주나 와인 이름들이 써있다.
가게 분위기에 어울리는 수수한 일본 달력.

 

뭔가, 이런 내부 디자인이 자칫하면 지저분해보일 수도 있는데, 다방 분위기랑 전체적으로 어우러져서 오히려 좋았다. 처음엔 대체 뭘 써놓은 건가 싶었더니 대부분이 술 이름이었다. 그러다가 내 눈 앞에 있는 2022년 달력이 눈에 들어왔는데, 왠지 김전일이 생각났다.. 1월부터 12월까지를 일본식으로 읽는 방법이 굉장히 중요한 트릭이 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스포가 될까봐 구체적인 화 이름은 찾지 않겠지만 말이다.

 

cf) 와후게츠메(和風月名)라고 불리는 이 읽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월 睦月(무츠키), 2월 如月(키사라기), 3월 弥生(야요이), 4월 卯月(우즈키), 5월 皐月(사츠키), 6월 水無月(미나즈키, 미나츠키), 7월 文月(후미즈키, 후즈키), 8월 葉月(하즈키, 하츠키), 9월 長月(나가츠키, 나가즈키), 10월 神無月(칸나즈키), 11월 霜月(시모츠키), 12월 師走(시와스).

 

세트메뉴함바그
사이드 메뉴인 함바그. 꽤나 쥬시.
둘다오므라이스
미소시루와 같이 나오는 오므라이스와 함바그. 일본감성이구만.
오므라이스접샷
반곱빼기 오므라이스. 양이 꽤 많다.
레몬아이스티
레몬 아이스티. 달달한 립톤이 아니라, 정말 씁쓸한 "티" 그자체.

 

이 가게에서 양으로 투정부릴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이드메뉴인 함바그도 꽤나 쥬시했고, 오므라이스는 일명 "초딩입맛"을 사로잡을 달짝지근한 케찹맛이 강했다. 그래도 밥을 덮을 계란이 적당히 두꺼워서 너무 달지만은 않았다. 가끔 미소시루와 같이 먹어주면 끝맛이 텁텁하진 않았으니까. 식후에 나온 레몬 아이스티는 반대로 어른들이 좋아할 끝맛이 깔끔한 아이스티. 립톤의 설탕맛이 나는 아이스티를 생각하면서 시켰는데, 아니라서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이건 이거대로 즐길 수 있었다. 오히려 끝맛이 깔끔해서 좋았다. 키치죠지를 방문하면, 고로상이 다녀간 이 곳을 한 번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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