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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고독한 미식가

도쿄 회전초밥, 고독한 미식가에도 등장한 가성비 높은 스시 다이도코야 산겐자야(すし台所家 三軒茶屋)

by 몰두 2022. 1. 4.

일본 회전초밥집 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가게들이 있다. 스시로, 쿠라즈시, 스시잔마이, 하마즈시, 캇파즈시. 한 접시에 적게는 100엔 남짓의 가격부터 시작하는 가격에 관광객조차도 한 번쯤 방문하지만, 이내 한국 회전초밥집의 퀄리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물론 회전초밥집에서 "높은 퀄리티"를 바라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 "일본까지 왔는데, 비싼 값을 주더라도 맛있는 초밥을 먹고 싶다"며, 회전초밥집에 눈길을 주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격도 퀄리티도 모두 잡은 회전초밥집이 존재하지 않느냐 하면, 스시 다이도코야 산겐자야(すし台所家 三軒茶屋)를 보여주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다른 회전초밥집 체인점과 가격은 비슷하지만, 이 곳은 스시가 땡길 때 당신에게 스시 좀 먹은 느낌이 나게끔 해줄 것이다.

 

스시다이도코야입구
스시 다이도코야 산겐자야(すし台所家 三軒茶屋)의 입구

 

 

스시 다이도코야를 방문한 건 2022년 1월 3일. 일본의 연말부터 시작된 연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제는 이 연휴 때 영업을 하는 가게가 얼마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각종 가게의 체인점은 대체로 영업을 하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체인점 기분은 아니었다. 그러나 들러볼까 하는 가게들이 죄다 닫아서, 구글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헤매다 산겐자야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이 가게를 발견했다. 이 가게는, 산겐자야(三軒茶屋)의 すずらん通り의 끝쪽에 위치한다. 연중무휴라는 4글자와 함께, 가게의 회전초밥이 올려진 레일이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점심시간인 터라 가게는 사람들로 가득 찼으며, 웨이팅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스시도코야간판
가게 입구의 간판.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도 설명해놓았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초밥 레일.

스시다이도코야는연중무휴
이 가게는 연중무휴.

 

이 가게를 처음 방문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그 때는 사실 이 가게가 사람들에게 왜 유명한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날따라 초밥이 먹고 싶었고, 이 가게를 "운 좋게" 방문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후에 산겐자야에도 고독한 미식가에 나온 가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검색해본 결과 이 가게가 바로 고독한 미식가 시즌6에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시 다이도코야 산겐자야는 고독한 미식가 시즌6 제5화, 「東京都世田谷区太子堂の回転寿司」 편의 배경이 되는 가게이다.

 

고독한 미식가는 원작 만화와 드라마 두 버전이 존재하지만, 나에게 친숙한 것은 후자이다. 특히 주인공 이노카시라 고로(井之頭五郎)를 연기한 마츠시게 유타카(松重豊)는 작중의 배역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배우이다. "고로 상"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그의 연관검색어 또한 먹는 것과 관련된 키워드가 많다. 예를 들어 '대식가(大食い)'라든지, 싫어하는 음식(嫌いな食べ物)이라든지. 매우 호감인 배우이지만, 유명한 일본 드라마 언내츄럴이나, 그가 주연을 맡은 2019년 영화 「ヒキタさん! ご懐妊ですよ」를 보아도 먼저 생각나는 건 "고로 상"의 이미지. 그의 연기력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고로상'의 이미지가 짙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오히려 이노카시라 고로(井之頭五郎)라는 작중의 이름 또한, 이노카시라 선이 친숙한 나에게는 썩 반갑기 때문에, 그가 이 배역을 오랫동안 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스시다이도코야의벽에걸린메뉴
벽에도 메뉴가 걸려있다.
냉수와 초생강
들어오면 점원에게 냉수와 초생강을 부탁하자.

와사비가 필요한 사람은 레일을 주목하자. 

메뉴판과가리
초생강이 필요하다면 부탁하라는 안내문과 자리에 비치된 메뉴판

 

이 가게를 처음 방문하였다면, 정신이 없다고 느낄 만큼 가게 내부가 바쁘게 돌아간다. 물티슈가 놓인 자리로 점원의 안내를 받아 따라가 자리에 앉으면, 필요한 사람은 초생강(ガリ)과 냉수(お冷)를 부탁하자. 쿠라즈시와 같이, 정수기가 비치된 회전초밥집도 있지만 여기는 아늑한 느낌이 날 정도로 넓지 않은 가게이기 때문에 점원이 가져다 주는 시스템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가리가 가득 담긴 통이 일정 구간마다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방역 차원에서 점원이 가져다 주는 시스템으로 바꾼 모양이다. 또한 여기 초밥은 대체로 와사비가 들어있지 않거나, 들어있다고 해도 매우 조금만 발려있는데, 더 필요한 사람은 초밥이 돌아가는 레일 위를 주목하자. 와사비가 담긴 통이 오면 필요한 만큼만 접시에 덜고, 다시 레일 위로 올려놓도록 하자. 

 

다이도코야하마치초밥
방어(ハマチ)
다이도코야시로미산슈
흰살 생선 3종(白身3種)
다이도코야마구로
참치(マグロ)
다이도코야연어초밥
연어(サーモン)
다이도코야빈토로
빈토로(ビントロ)
다이도코야초밥
이름은 모르지만 맛있어서 보이면 집는 군함초밥. 아마 방어를 다진 것 같다.

 

혹시나 고독한 미식가의 팬이 있다면, 고로 상의 메뉴를 따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고로 상이 고른 네타에는 「참치의 살코기(マグロの赤身)」, 「등이 반짝이는 생선 3종(ひかり三種)」, 「표면을 구운 장어(あぶり穴子)」, 「성게알(うに)」, 「깔깔새우(大赤えび)」, 「토로하마치(トロハマチ)」가 있다. 또 「참돔의 맑은 장국(真鯛のすまし汁)」도 시킨 모양. 다만, 고로상의 취향과 내 취향이 그렇게 겹치는 건 아니라서, 나는 내가 시키고 싶은 것을 시켰다. 내 기준으로 추천하자면 방어와 빈토로. 깔깔새우는 좋아하지만 조금 비릿한 터라 오늘은 끌리지 않았고, 우니는 회전초밥집에서 굳이 주문하지 않는 주의기 때문에 시키지 않았다. 

 

다이도코야녹차
입가심으로 녹차도 한 잔.

 

입가심으로 마신 녹차를 올리는 것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할까 한다. 도쿄에서 회전초밥이 먹고 싶을 때는, 가격과 퀄리티를 모두 잡은 이 가게를 방문하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까. 고독한 미식가를 보고 오면, 고로상이 다녀간 발자취를 따라가는 기분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참에 고독한 미식가 투어에 관한 포스팅을 계속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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