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맛집이라는 카테고리로 카페 비고레(カッフェ ヴィゴーレ 東大駒場店)의 포스팅을 한다는 것에 위화감이 느껴지기는 한다. 사실 비고레는 도쿄에 관광으로 온 사람이 굳이 이곳에 찾아와서 먹어봐야할 정도의 엄청난 맛집은 아니다. 그것보다 이곳은 코마바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에 가깝다. 코로나 이전에는 동네 아주머니나 어르신분들이 삼삼오오 여기로 모여, 항간의 이야기를 즐겁게 쏟아내던 때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코마바 캠퍼스를 오고가는 대학원생들의 연구에 대한 한숨이 찐하게 묻어있는 장소이다. 달마다 몇 번씩 여기서 점심을 먹으면서, 자신의 석사 연구에 대한 진척도를 이야기 했더랬다. 교수님과 연구 방향에 대하여 상담하다가 遠回し로 리젝된 이야기, 연구의 중심적인 개념에 대한 이야기.. 비고레를 배경으로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아마 이 캠퍼스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면, 자주 오게 되는 곳이 않을까. 어쩌면 추억보정으로 다시금 생각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해서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원래는 VIGORE 밑에 적혀있는 이탈리안 토마토(이타토마)가 본래의 이름이었는데 코로나가 이제 막 확산되는 시기의 전후로 카페를 리모델링을 하면서 비고레로 이름이 바뀌었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소개했지만, 코마바 캠퍼스의 학식은 그다지 자랑할 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래도 지금은 열지 않은 2층 학식이 코로나 이전에 열었을 때는 자주 방문했을 정도로 퀄리티가 괜찮았다. 그때는 사실 이타토마의 존재에 썩 감사하진 않았다. 파스타 치고는 가격이 꽤 나갔고, 차라리 여기보다는 2층 학식을 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코로나 이후 1층 학식만 열게 된 지금, 비고레는 매우 감사한 선택지가 되었다. 특히, 비고레의 많은 메뉴를 섭렵했던 형의 추천으로 처음 먹어보게 된 그릴 치킨과 야채 바질 소스(グリルチキンと彩野菜のバジルソース)는 실패하지 않을 맛이니 방문한다면 꼭 드셔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의외로 피자도 나쁘지 않으니 한 번 도전해보시라. 다만, 이름은 카페 비고레인데, 생각보다 커피만 먹으러 여기를 온 적이 손에 꼽는다.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인상깊은 적은 없었던 것 같네..
아직 리모델링하기 이전의 이타토마였지만, 이곳에서 연구생 때 튜터와 내 연구생 논문에 대해서 상담했던 것도 기억에남는다. 저 넓은 책상을 마주하며 "이 개념에 대해서는 연구에서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어차피 나는 연구생의 논문은 연구 자체의 의의보다도 내가 이만큼 알고 있다는 것을 교수님께 보여드리는 목적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꿋꿋하게 내 의견을 밀어붙였더랬다. 그 때 장장 몇 시간 정도를 논문에 대해서 상담을 했었는데.. 기한이 너무 촉박해서 절박했던 터라 당시에는 딱히 느끼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논문을 완성시키기 위해 붙들고 늘어졌는 나도 참 징했던 것 같다.
관광하러 코마바에 올 일이 얼마나 있으려나 싶긴 하지만, 혹시나 코마바를 방문하여 한적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비고레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숲을 바라보고 먹을 수 있는 1인 좌석이 좋은 것 같다. 최근에는 그래도 외부인에 캠퍼스 방문이 허용이 되어서 비고레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코마바 캠퍼스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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