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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의 기록

도쿄대 코마바캠퍼스의 일상, 3년간의 캠퍼스 라이프

by 몰두 2022. 1. 2.

2019년 4월 1일, 문부성 연구장학생으로서 도쿄대의 총합문화연구과에 진학하여 코마바캠퍼스에 오게 되었다. 석사입학에 분전한 이후, 석사 논문까지 내고 나니 3년이 순식간에 흘러버렸다. 정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 코마바캠퍼스에서의 약 3년간의 일상에서 찍은 사진은, 그야말로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촉매가 되었다. 대체로 산책하는 도중에 찍은 사진이었지만.. 딱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찍은 사진도 돌아보면 의미가 생긴달까.

코마바토다이마에역은 사람많은 시부야에서 2역 떨어져 있다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조용한 역이다. 근처에 딱히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은 코마바 캠퍼스 뿐. 그래도 이 캠퍼스는 역의 랜드마크인 만큼, 나름의 멋을 갖추고 있다. 어떤 자격시험의 시험장으로서 열리는 경우에는, 캠퍼스의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성황이다. 코로나 이전까지 근처에 없는 스미토모 ATM을 이용하기 위하여 마을 어르신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었으며, 근처에 마땅한 카페를 찾지 못한 마을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로서도 자주 이용되곤 하였다. 코로나 이후론 입장제한이 걸려서 학생과 교직원 이외에는 방문하기 힘들어졌지만, 최근에는 제한이 풀려 슬슬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싶다.


시부야역에서 이노카시라선으로 두 정거장 떨어진 코마바토다이마에역



보통 도쿄 대학의 이미지라면 코마바 캠퍼스보다는 혼고 캠퍼스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캠퍼스에, 아카몽이나 야스다 강당과 같은 오래된 고풍스러운 건물이 많은 이미지? 코마바 캠퍼스는 혼고 캠퍼스와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가장 유명한 1호관을 제외하고는, 네모난 실험실과 같은 건물이 많다. 자연에 둘러쌓인 실험실 건물의 집합촌이랄까.

 

코마바캠퍼스 1호관. 정문에서 보이는 코마바캠퍼스의 심볼.
2021년 코마바 축제(駒場祭),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이런 행사도 있었다.
정문에 들어가면 다양한 목적을 가진을 입간판들이 많이 있다.


코마바토다이마에역은 플랫폼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나올 수 있는데, 계단을 올라가는 쪽으로 나가면 바로 코마바캠퍼스 정문을 볼 수 있다. 그래도 나름 인증샷을 남긴다면 가장 적합한 장소가 아닐까 싶다. 2021년에 열린 코마바 축제는 논문에 매진하는 시기와 딱 겹치는 바람에 축제로서는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논문 시메키리까지의 카운트다운의 기준으로서는(?) 의미가 있었다. 제대로 관람했던 축제는 2019년 연구생 때의 축제였는데, 엄청 비가 오는 가운데 야외 무대에서 열심히 춤을 췄던 학생들도 있었고, 연습한 모습을 열심히 보여주었던 록 밴드와 아카펠라부도 기억에 남는다. 무슨 부가 주최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엄청 오래된 일본 고서를 관람할 수 있는 장소도 있었다. 다만, 학생들이 팔았던 버블티가 너무 맛없었던 것이 생생하다. 버블티가 맛있어봐야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었는데, 맛없으려면 한도 끝도 없이 맛없어질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물론 학교 축제에서 맛을 추구하기 위해 사먹는 건 아니지만.

 

코마바 캠퍼스의 내부. 정문에서 2호관으로 가는 길.
코마바 캠퍼스의 내부. 1호관 근처.

비 내리는 캠퍼스. 멀리 보이는 학식과 비고레 건물.

한 여름의 코마바 캠퍼스.
가을의 코마바 캠퍼스 전경
달이 반기는 하교길

도쿄대의 다른 연구과에 소속되어 있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커리큘럼이 연구과마다 정말 제각각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심지어 같은 연구과라도 세부전공이 다를 경우, 커리큘럼이 매우 다르다. 나아가, 지도교수님의 지도방침도 너무 다르다. 다만 한 가지 공통된 점은, 석사에 진학하고부터 졸업하기 직전까지 저마다의 방법으로 학생들이 방심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할 일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한 고개를 넘으면 새로운 시련을 계속해서 부여한다.

1학년 때는 2학년의 논문 준비를 위하여 수업을 꽉꽉 채워들을 필요가 있었다. 애초에 대학원의 참가형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처음이었으므로, 외국어 뿐만 아니라 대학원 수업에도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레쥬메를 쓰는 방법, '수업에 필요한' 발언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 등을 눈치로 습득하며 수업에 적응할 만 하니, 1학년 가을 학기가 끝나더라. 그랬더니 겨울방학에는 두꺼운 기본서 20권에 대한 비평 과제가 나왔다. 어찌어찌 제출하니, 석사 논문을 준비할 때가 되더라. 석사논문을 진행하면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취준을 준비하고, 결과가 나오는 6월 이후부터 머릿속에 있었던 논문 구상을 정리하여 제미에서 발표하는 것을 시작했다. 그렇게 12월에 있었던 제출시기까지 논문 집필에 힘썼더니 3년이 흘러버린 것이다. 물론, 외국인이라는 점과 취준이 아니었다면,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대학원 생활에 임할 수도 있었겠지만..

 

생협에서 구입한 아이스노미. 맛있었던 친구들.
이타토마 비고레의 파스타. グリーン野菜とチキンバジル.
멀리 보이는 생협 건물. 왼쪽 건물은 코마바 도서관.
날씨 좋은 때에 무리지어 학식 2층 테라스에서 공부했던 때도 있었다.


3년간 생협과 학식 내부의 사진을 딱히 찍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을 때, 바로 그럴 만 하다고 납득했다. 일단 학식은 명확하게 이 학교의 자랑거리는 아니다.. 그나마 코로나 이전에 있었던 2층 학식이 괜찮았다. 1층 학식보다는 100-200엔 정도 비쌌지만, 쿠미아이쇼(組合証)를 만들면 적당한 가격에 가성비 괜찮은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1층 학식은 건강과 가성비를 둘다 잡지 못한 탓에, 가장 값싼 카레라이스 이외에는 그다지 추천할 음식이 없다. 그나마 연구생 때는 부타키무치나 치킨오로시를 먹었었지만.. 석사 이후로는 학식 옆에 있는 이타토마 비고레에서 신세를 많이 졌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그린야사이와 치킨 바지루라는 이름의 파스타가 안정적이게 맛있다. 같은 연구과의 친한 형이 적극적으로 추천해서 알게 된 메뉴! 코로나 이후 약간 가격이 인상되었지만 맛은 변하지 않았다.

생협의 경우는, 문구류부터 음료 및 식품류까지 다양한 것이 구비되어 있는 편이다. 특히, 연구생 논문을 제출할 때 필요한 물품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만 생협만 그런건지, 일본이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스테이플러를 사면 보통 심이 약간 들어있는 것이 상식 아닌가? 스테이플러만 샀더니 심이 없어서, 내 상식이 일본에서는 통하지 않는건가.. 하고 심을 사러 다시 들어간 기억이 있다..

 

2019년 9월 태풍에 쓰러진 나무. 캠퍼스에 쓰러진 나무들을 정비하는 데에 시간 좀 걸렸다.


2019년 9월의 태풍은 기숙사의 창문이 깨지는 줄 알았을 정도로 과격한 태풍이었다. 아직도 태풍에 흔들리는 창문의 소리에 새벽에 깨서 잦아들 때까지 멍하니 창문을 보고 있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한창 연구생 논문으로 매일같이 등교했을 때였는데, 태풍이 끝나고 학교에 왔더니 캠퍼스 이곳저곳에 쓰러진 나무들로 수라장이었다. 태풍도 태풍이었지만, 종종 느낄 수 있는 지진 때문에라도, 정말 일본은 한국과는 다르게 재해가 일상이구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학부 때의 재난관리론의 수업에서 들었던 bug out bag의 필요성이 여실히 느껴지는 일본의 풍경..

 

합격자 발표 게시판. 아날로그의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


이 사진은, 석사 시험 합격자 발표 현장이다. 최종합격자를 인터넷이 아니라 게시판에 게시하다니.. 나도 한국에서 뒤지지 않는 아날로그형 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러한 문화에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아날로그형 인간은 아니었나보다. 드래곤자쿠라(ドラゴン桜)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자신의 수험번호가 있는가를 중얼거리며 확인하던 걸 내가 하게 되다니.. 딱히 憧れ는 아니었지만, 신선한 기분이었다. 물론 합격만 시켜준다면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크게 상관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2020년에 완공된 체육관. 한 번도 들어가보지 못했다.
코로나시대의 코마바 도서관 내부.
코마바 도서관의 방역은 특히 철저했다.


그러나 석사에 진학하자마자 맞닥뜨린 코로나시대. 모든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대면수업으로 진행되는 수업도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내가 석사 때 들은 수업은 전부 온라인 수업이었다. 물론 2019년부터 1년간 연구생으로서 학교에 다닌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학교에 관한 지식이 있었기에 2020년에 새롭게 학교에 들어온 동기들보다는 나은 상황이었지만. 코마바 도서관은 연구실이나 18호관 자습실보다 소음관리 및 방역검사에 철저해서, 연구를 진행하기에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인쇄 값이 편의점보다 쌌기 때문에 인쇄할 때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곤 했다. 결국 2020년에 완공된 체육관은 졸업 때까지 들어가보지 못했다.

 

연구실이 있었던 2호관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 한 동안 매일 2호관으로 출근했을 때가 있었다.
석사 논문 집필 장소였던 18호관
누군가가 새 아이패드를 놓고 간 해프닝도 있었다.
산책을 대신해 18호관 옥상에서 한숨을 돌렸던 때.


2019년 연구생 때는 주로 18호관에서 논문을 쓰곤 했다. 같은 기숙사에서 살던 세 명이 입시를 준비하며 매일같이 학식 두 번을 방문하던 추억이 생생하다. 2020년에는 같은 전공의 동기들과 만나기 위해 매일같이 2호관 연구실로 등교하곤 했다. 덕분에 수업에 관한 정보를 동기들과 이래저래 공유할 기회가 많았었는데. 그러다 2020년 겨울방학에 들어 비평 과제를 시작하고부터는 집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러다 2021년 8-9월부터 집에서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어서, 장소를 바꿔 학교에서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2호관 연구실은, 지정석이 얼마없어서 자유석을 이용했어야 했다. 게다가 지정석은 애초에 수가 적고, 논문을 집필하는 석사 2학년에게 먼저 배정된다. 게다가 자리가 매우 좁다! 이런 이유로 18호관이 연구하기에는 더욱 적합한 환경이었다. 먼저, 입장에 카드키가 필요하기 때문에 방문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나아가, 여기도 기본 자유석이지만, 자신의 책으로 영역표시(?)가 가능한 곳이라 사실상 늘 같은 곳에 앉을 수 있다. 산책가기에는 힘들다 할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8호관의 옥상으로 올라가서 경치를 바라보면 좋다. 근처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멀리까지 내려다 볼 수 있어 나름 장관이다.

 

테니스장. 테니스장 옆에는 라크로스 경기장도 있다.
육상부가 애용하는 육상 코스.
뒤쪽 산책로에 있는 의문의 스팟. 여긴 대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학교 내부의 산책로

 

저녁의 럭비장.
한낮의 럭비장.

벚꽃이 흩날리는 오솔길.

한여름의 오솔길. 야구부의 부활동을 지켜볼 수 있는 야구장.
가을날의 오솔길
오솔길의 석양


연구는 엉덩이를 의자에 얼마나 붙이고 있느냐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몸을 움직여야 생각나는 연구의 활로도 존재한다.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지도교수님도 꽤나 걷는 것을 좋아하신다는 소문이 있어서, 학교에서 시모키타자와까지는 물론, 이케부쿠로까지도 걸어가신다는 소문이 있었다.. 나도 걷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후문으로 나가서, 요요기공원까지 찍고 돌아오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정문 이후에는 모든 문이 폐쇄된 터라 학교 내부를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학교 내에서 산책로 코스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다양한 계절의 학교 캠퍼스의 사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특히 럭비장과 야구장 쪽이 볼 만 하다.

 

은행나무길의 여름날.
서서히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길.
완연히 물든 은행나무.
은행나무길에서 좀 더 앞으로 가면 이런 모습.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가장 멋있는 장소인 은행나무길을 끝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은행은 도쿄대의 마크이기도 하다. 마지막 잎새마냥, 저 나무에서 은행잎이 모두 떨어지면 우리의 논문 시메키리야..라는 네타가 한동안 계속되기도 하였다. 떨어진 은행이 사람들에게 밟혀서 냄새가 나기도 했지만, 이 곳이 학교의 유일한 명소임은 변하지 않는다.

아직 논문 구술시험이 남았고 졸업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시점이지만, 사진을 보며 추억을 이래저래 휘갈기다보니 글이 꽤나 길어졌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 캠퍼스를 방문하는 횟수도 적어지면, 이 캠퍼스 라이프가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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