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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여행

도쿄 여행 코스 추천 키요스미 시라카와/키요스미 정원(清澄庭園), 도쿄 블루보틀 키요스미 로스터리, 몬젠나카쵸, 스미다 강

by 몰두 2022. 9. 24.

일본살이가 어느 새 4년차를 맞이하다 보니, 대체로 유명한 오샤레 스팟은 가 보았기 때문일까, 마침내 로컬한 아나바 스팟이 아니면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봄이 지나고 초여름을 맞이할 때쯤, 나의 시간축으로 서술하자면 마침내 대학원생의 묵은 때를 벗고 사회인이 되기 위한 연수를 받을 때쯤, 나는 키요스미 시라카와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 때 MBTI로 따지자면 I에 가까운 나는 한창 연수에서 동기들에게 E의 모습을 어필하고 있었을 때였고, 본 배속 이후의 전력질주를 위해 서서히 엔진을 가열할 때 쯤이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나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는 도중이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심적으로 편안한 곳을 방문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키요스미 정원은 도쿄역에서 그리 멀지 않으며, 도쿄역 혹은 몬젠나카쵸 쪽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함께 방문할 곳으로 여행지 코스에 포함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쿄의 웬만치 유명한 곳은 다 둘러봤으며, 일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로컬한 곳을 방문하길 원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여름이 지나가며 점차 바람에 습기가 사라짐을 느끼는 지금, 키요스미를 방문했던 당시를 돌아보며 글을 적고 있다. 새삼 당시의 기억은 드문드문 잘려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는 회사와 휴식시간을 구분짓지 못하고,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다음 주는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도 사실 온오프를 확실히 구별짓는 것이 어렵지만, 그때는 구분하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점이 돌연히 생각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요스미에 대한 푸른 녹음과 초여름의 햇살이라는 이미지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정원1
키요스미 정원의 풍경

 

도쿄에 이러한 곳이 존재한다는 점은 퍽 고맙다. 굳이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머릿속의 생각을 멈출 수 있는 풍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도심의 이미지가 강한 도쿄에서 일본의 정원을 둘러보고 싶다는 관광객의 니즈 또한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새삼 이런 녹색의 풍경이 도쿄에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방문한 블루 보틀 커피 키요스미 로스터리. 일본 도쿄 블루보틀 커피 1호점이라는 듯하다. 나카메구로에 있는 스타벅스 로스터리같은 특별 숍같은 느낌은 좀 덜했지만, 널찍했고 블루보틀 굿즈도 꽤 갖춰져 있었다. 난 사실 한국에서는 그다지 특정 커피 브랜드에 코다와리가 없었기 때문에, 블루보틀이 유명한 커피 브랜드인 줄도 일본에 와서 알게 되었다. 작년이었나 올해 초였나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아는 형과 블루보틀에 갈 기회가 생겼을 때 형에게 뭐가 가장 유명한 메뉴가 무엇이냐 물었는데, 뉴 올리언스를 추천해줘서 먹었던 적이 있었다. 내 입맛에는 퍽 맞았고, 키요스미에서 다시금 블루보틀을 방문했을 때에도 뉴 올리언스를 주문했다. 

 

블루보틀1
블루보틀 키요스미 점포.
블루보틀2
분메이도와 콜라보한 블루보틀의 카스테라인 듯하다.

 

커피를 주문하고, 점포와 굿즈 쪽을 구경했는데 특히 분메이도와 콜라보한 카스테라가 눈에 띄었다. 커피집 카스테라 치고 디자인이 세련됐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블루보틀의 종업원 옷의 블루-네이비 사이 어딘가의 유니폼이 개량한복 재질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블루보틀3
커피와 탄산수
블루보틀4
무의미하지만은 않은 항공샷
블루보틀5
창문이 넓다, 저 엑스자 모양은 바람의 저항을 고려해서 일부러 세운 걸까.

 

커피의 쓴 맛을 잘 즐기지 못하면서, 여자친구는 산미가 있는 블랙 커피를 시켰는데 뉴올리언스를 한 입 마셔보더니 꽤 마음에 드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떻게 뉴올리언스를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알면 안된다는 법은 없는 것 같지만, 워낙 브랜드 커피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했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물음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웠다. 아는 형이 가르쳐줬다고 하니까, 여자친구는 자신의 시큼털털한 커피를 마시면서 납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달달한 뉴올리언스를 마신 뒤라 그런지, 자신의 커피가 좀 더 시큼하게 느껴진 얼굴을 하며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 떨떠름한 표정이 꽤나 재미 있어서 내 커피랑 바꿔먹어도 좋다고 하니까, 예의상 한 번 정도 거절한 뒤에 뉴올리언스를 자기 쪽으로 가져갔다. 주머니에 넣고 잊어버린 시간이었지만, 다시 떠올려보니 그 때의 표정과 분위기가 생생하다. 이런 일상의 토막도 새삼 소중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몬젠나카쵸1
한국 그 잡채인 몬젠나카쵸의 포장마차
몬젠나카쵸2
슬슬 출출했기에 근처 레스토랑에서
몬젠나카쵸3
스파게티도 주문해줍시다.

 

그리고 어느새 찾아온 저녁시간. 그냥 헤어지기는 아쉬웠기 때문에 근처의 레스토랑을 찾기로 했다. 키요스미 블루보틀 근처에는 딱히 레스토랑이 없었기 때문에, 근처인 몬젠나카쵸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몬젠나카쵸가 한국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잡채와 떡볶이를 팔고 있는 포장마차, 한국 식당들이 좀 있는 편이었다. 굳이 한국 음식을 먹고 싶었던 날은 아니었기 때문에 눈요기를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한편, 여자친구는 관심있는 지역이 아니고선 구글 맵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그 날의 레스토랑을 결정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손 꼭 잡고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구글 맵에서 나쁘지 않은 평점의 레스토랑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급하게 찾은 것 치고는 분위기도 꽤 괜찮은 식당이었다고 한다.

 

스미다강1
집에 돌아가는 길, 스미다 강의 야경이 참으로 예뻤다.
스미다강2
이런 야경 스팟은 구글지도에 나오지 않는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이야기꽃을 드문드문 피우며, 딱히 야경이 이쁜 곳을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은 채로 역을 향해 걸어갔다. 도중에 다리의 파란 불빛이 너무 예뻐서, 이 날의 여행의 하나의 추억으로서 각인되었다. 귀갓길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을지언정, 하나하나의 이미지 조각을 되새김질하니, 이 날이 단지 스쳐지나가는 날만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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