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일본 여행

일본 도쿄 근교 1박2일 시모다 여행 (2021년 9월, 시모다야마토칸)

by 몰두 2021. 12. 22.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9월은, 이전의 7월에 취업 내정이 일단락되었음에도,

연구 구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늦여름이었다.

그래도 숨 좀 돌려야 글자가 나오지 않겠냐는 생각에,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이즈 시모다로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2년 좀 넘는 기간 동안, 도쿄의 웬만한 명소들을 둘러보고 나니, 절로 도쿄 근교로 눈이 돌아가게 되더라.

 

 

 

시모다는, 시즈오카와 카나가와의 중간에 위치하는 이즈반도의 끝에 위치한다. 

도쿄에서 당일치기로 갔다오기는 쉽지 않은 거리이며, 1박2일로 다녀오면 충분할 듯싶다.

시모다 여행의 시작점은 도쿄역이었으며, 우리가 탈 열차의 명칭은 오도리코(踊り子)였다. 

오도리코는 도쿄역부터 이즈큐시모다역을 운행하는 특급열차인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즈의 무희(伊豆の踊子)라는 단편소설에서 이름을 착안하였다고 한다.

저자의 이즈에서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하는 내용이라 따온 듯하다.

 

시모다행 오도리코(踊り子) 열차

 

 

오도리코의 비오는 전경

 

모처럼의 여행이었으므로 날씨가 우중충해도 감수성에 젖을지언정, 기분은 좋았다.

비올 때 밖을 나서야 하는 날에 기분 좋기 쉽지 않은데..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부터 내가 날씨에 기분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날이 좋아지면 귀신같이 긍정감이 몰려오더라.

 

스태미나를 강조한 포장지가 인상적이었던 규동에끼벤

 

여행의 별미는 에끼벤!

도쿄역에서 여행의 별미 에끼벤을 파는 장소가 생각외로 한정적이어서 놀랐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결국 처음에 봤던 사람이 붐비던 가게가 에키벤 종류가 가장 많길래 그곳에서 사기로 했다.

인파에 휩쓸려 한 걸음씩 이동하며 다양한 에끼벤을 구경했다.

초밥에끼벤도 딱히 배부르게 먹고 싶지 않다면 간편하니 좋을 것 같았다.

평소에는 찾아먹지 않는 규동이 먹고 싶길래 충동적으로 손을 가져댔다. 

스키야보다 배로 비싸니 퀄리티는 꽤 좋더라. 

 

터널이 끝나고 보이는 바다

수평선이 보이면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

바다는 도쿄 오다이바에서도 볼 수 있지만, 수평선이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하코네를 지나쳐 이즈반도 넘어서부터 슬슬 온천 연기가 보이기 시작하더라.

도쿄를 한 시간정도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건물이 시골스러움을 갖추기 시작하는데,

그걸 느끼고서야 비로소 도쿄를 벗어난 것 같았다. 이때부터 슬슬 복잡한 머리가 편해졌다.

 

 

 

 

우리가 향할 곳은, 시모다 야마토칸(下田大和館).

다른 료칸과 비슷하게, 직접 료칸에서 수행원이 버스로 마중 나와주셨다.

준비성 좋게, 장우산도 필요하시냐고 물어봐주셨지만,

우리가 도착할 즈음엔 비가 멎어들어 작은 우산으로도 충분했다.

 날씨예보도 내일은 맑음이라고 했던 것처럼, 먹구름은 아직 끼어있을지언정 날씨는 좋아지고 있었다.

 

운치있는 시모다야마토칸(下田大和館)의 내부.

 

객실은 시모다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이런 때가 아니면 잘 보기 힘든 「濤(なみ)」의 글자가 방 내부의 도코노마를 장식하고 있었다.

 큰 물결이라는 의미가 시모다를 표현하는 한 글자로는 꽤 적절했다. 일본에 와서 이런 渋い한 방은 처음이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방에서 별도 잘 보이는 모양이는지, 방에서 보이는 별자리에 관한 안내판이 놓여져 있었다.

직원이 꼼꼼히 방 내부를 점검해도, 가끔 벌레가 나올 수 있다는 주의표시도 방 입구에 쓰여져 있었다.

결론적으로, 방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

날씨가 끄물댔음에도, 방으로부터 보이는 경치가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저녁을 수놓은 카이세키 요리. 입맛을 돋우는 전채.
입맛을 돋우는 회와 야쿠미(薬味)

 

1일차의 하이라이트는, 저녁 메뉴가 아니었나 한다. 

따뜻한 메인요리가 나오기 전에, 차가운 전채와 회가 입 안을 신선하게 닦아주었다.

꽤 두꺼운 회가 꼬들꼬들하게 씹혔다. 야쿠미를 올려서 다양하게 먹어보니 어느 새 사라져있더라.

 

해산물, 야채, 고기를 구워먹으며 메인 요리가 시작.
생선을 우려낸 국물이 일품이었다.

 

야채와 고기, 해산물이 바구니에 담겨있는 비주얼이 너무 먹음직스러웠다.

철판에 야채와 고기, 해산물을 구워먹고, 생선을 우려낸 맑은 국물로 메인요리를 마무리. 

담백한 국의 매력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건 참 맛있었던 기억이 났다.

사진 좀만 더 잘 찍을걸. 흡입하느라 정신이 없었나.

눈으로 보기에도, 입으로 느끼기에도 참 맑았던 국물.

 

달콤한 디저트로 마무리.

 

디저트도 너무 달지 않고, 메인요리의 끝맛을 덮어줄 만큼만 달아서 좋았다.

저녁을 먹고 방에 돌아가보니 정갈하게 이불이 깔려 있었다.

다음 날의 일기예보는 예정대로 맑을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몸을 기분좋게 움직인 덕분에,

그리고 소문으로 듣던 시모다의 경치를 맑은 날씨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싫지 않은 피곤함으로 잠에 들 수 있었다.

 

객실에서 보이는 전경. 보정이 필요없는 장관.

 

일어나보니, 호들갑을 떨고 싶을 정도로 경치가 환상적이었다.

언젠가 일본인 동기한테 이 전경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여기 하와이?"냐고 물어보더라. 갑자기 하와이도 가보고 싶은 의식의 흐름.

서핑을 하는 사람도 많이 방문하는 모양. 마이 보드를 여관에 보관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여관에 도착하기까지 보드를 갖고 오는 사람도 있었는데,

대체 서핑을 얼마나 사랑하는 건가 하고 좀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도 그 취미만 생각하면 아드레날린이 솟는 취미를 좀 만들어야 하는데.

 

서핑을 하는 사람도 많이 방문하는 듯하다.

그리고, 시모다야마토칸의 장점은 옥상에서 이 경치를 보면서 로텐부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설마 이른 아침에 여행의 클라이막스를 경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 경치를 밖에서 즐기면서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여기에 묵을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건강한 조식 한상차림
페리로드의 전경.

 

건강함이 느껴지는 호텔 조식을 먹고, 돌아가는 오도리코까지 시간이 남았기에,

시모다의 명소인 페리로드를 가기로 하였다.

이즈큐 시모다 역에서 도보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곳으로, 묘하게 개항의 정취가 느껴지는 오솔길이다. 

료센지(了仙寺) 절에서 시모다 공원까지 이어지는 이 오솔길은

에도 시대 말기 페리 제독이 미일 시모다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걸어간 길이라고 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코쿠리코 언덕에서'가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사진 속 하늘거리는 느티나무가 인상적이었다.

카페와 소품 숍이 간간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는 덤.

 

페리로드에서 시모다 공원으로 가는 길
탁 트인 시모다 공원의 전경

 

그리고, 약간의 떼를 써서(?) 간 시모다 공원.

오르막길이 많았고, 구글 평점이 가고 싶을 정도로 높지 않았던 터라,

처음에는 가볼까 하는 후보지로도 넣지 않았던 곳이었지만

오르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경치가 있으니, 시간이 나면 꼭 가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돌아가기 직전에 먹은 소바
쿠로후네 소프트 아이스크림(黒船ソフト)

 

 점심으로는 근처에서 적당히 소바집을 검색하여 먹었다.

소바는 참 맛있지만 후루룩 먹으면 금방 사라지는 듯.

그리고 열차가 오기까지 30분 정도 남았을 때였나,

시모다의 상징인 흑선을 모티브로 한 쿠로후네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근데 방송에서 이런 색의 아이스크림으로 굉장히 쓴 에스프레소맛 아이스크림을 소개한적이 있는 터라,

그다지 기대 안했는데 이게 웬걸. 달달한 다크 초콜릿 아이스크림이었다.

주위사람들에게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

리뷰를 찾아보니, 이거 먹기 위해 시모다 온다는 사람도 있더라.

우리는 역에서 사먹었지만, 길거리 상점에서도 팔고 있었다.

 

 

돌아오는 오도리코에서

 

돌아오는 오도리코에서는, 바다가 좀 더 잘보였기 때문에

이렇게 역동적인 바다를 찍을 수 있었다.

지금 이렇게 겨울이 되어 여름을 상기했을 때

이 여행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거 보면

참 잘 갔다온 듯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