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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여행

닛코(日光) 도쿄 당일치기 근교 여행

by 몰두 2021. 12. 31.

토치기현(栃木県)은 평소에 야채 살 때나 보았지, 도쿄에 온 뒤로 그다지 인연이 없는 곳이었다.

토치기현에 대해 아는 바는 아이즈원의 혼다 히토미가 토치기 출신이라는 것 정도인가..?

2021년 4월 어느 날 닛코가 도쿄 근교 여행지로서 꽤 유명하다길래, 순식간에 닛코여행이 추진되었다.

닛코까지 가는 교통비와 닛코 내에서의 교통비를 한 번에 퉁치는 패스를 끊어, 왕복 6000엔 아래로 다녀올 수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키타센쥬역(北千住駅)으로 향해, 열차를 타고 토부닛코(東武日光駅)역으로 출발했다.

 

 

SPACIA에 몸을 싣고 닛코로

당시에는 일본에서 장기간 열차를 타봤자 하코네 정도밖에 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장기간 열차는 꽤 설레였다. 

한창 취준 때문에 엔트리 시트나 SPI에 허덕였고, 수업은 많고, 논문 구상은 논문 구상대로 진전이 안됐고..

이 시기가 뒤돌아보면 한창 힘들었던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지금 아니면 여행 못 가지하는 마음으로 참가한듯. 

그리고 좀 춥게 입고 간 탓에, 내내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이 있다. 자켓 하나만 가지고 갈걸 하는 기억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도쿄를 벗어나면 서서히 시골 냄새가

도착한 동부닛코역(東武日光駅)

 

두 시간 좀 넘게 열차를 타는 동안 도심을 벗어나 논밭이 계속되었다.

논밭에 움직이고 있던 트랙터들이 차창 너머의 시골 냄새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머리는 여행에 집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어서, 닛코여행 직전에 설명회에 참여했던 모 농업기계 회사 생각이 났더랬다.

토치기와의 심적 거리가 멀어서 그랬는지 지레짐작으로 오래 걸리지 않을까 했는데, 4명이서 떠들다보니 금방 도착했다.

 

겨울 닛코의 흐린 하늘

 

다만 닛코에 도착했을 때는 날씨가 그리 좋진 않았다.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어두운 구름색이 겨울산의 황량함과 더해져서 닛코의 인상은 예쁘다기보다는 장엄했다.

겨울 닛코도 좋았지만, 닛코는 가을 단풍이 빨갛게 물들었을 때 다시 가고 싶은 지역이었다. 

닛코관광은 크게 두 개의 지구, 닛코(日光) 지구와 키누강(鬼怒川) 지구로 나뉜다. 

닛코 지구는 가장 유명한 동조궁(東照宮), 츄젠지호(中禅寺湖)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키누강 지구에는 에도 원더랜드 닛코 에도무라가 있는데, 에도시대의 거리가 재현된 테마파크다.

두 지구가 아예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당일치기 여행이었던 우리는 한 코스만 골라야 했는데, 처음 닛코를 방문하는 사람으로서는 가장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해야하지 않겠냐 싶어, 닛코 지구를 가 보기로 하였다.

 

아케치다이라 로프웨이(明智平ロープウェイ)
아케치다이라 로프웨이에서의 전경

 

아케치다이라 로프웨이를 타고

 

닛코여행을 떠난 4명 중에서 철저한 계획형 여행자는 없었기 때문에, 닛코여행의 루트는 대강의 흐름만 잡고 융통성 있게 계획을 변경하는 식으로 추진되었다.

큰 계획은, 동부닛코역에서 가장 멀리 있는 관광지부터 보면서 서서히 역과 가까운 관광지를 보자는 것이었다. 또한 가장 유명한 동조궁과 츄젠지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쓰자는 것.

츄젠지호가 동조궁보다 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츄젠지호로 향했다. 그러던 중, 아케치다이라 로프웨이에서 닛코의 경치가 한눈에 보인다는 것이 꽤 유명했기 때문에, 츄젠지호로 가는 도중 잠시 내려 로프웨이에 탑승하기로 하였다.

먹구름이 보기 좋을 만큼 찢어져서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사진에서 닛코의 명소가 몇 개 보이는데, 왼쪽에 보이는 폭포가 케곤 폭포(華厳の滝), 저 멀리 보이는 호수가 1차 목표인 츄젠지호.

 

닛코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야키토리

 

 

아케치다이라 로프웨이 근처에서 먹었던 야키토리는, 정말 여태껏 먹어본 야키토리 중에 가장 맛있었다.

그래봤자 길거리 음식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토리키를 비롯해서 일본의 야키토리 가게에서도 이런 실한 녀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딱히 지도에도 뜨지 않는 터라, 어디인지 소개를 못하는 것이 약간 아쉽지만 로프웨이 바로 옆에 있는 휴게소 같은 곳에서 500엔에 판매하니 반드시 드셔보시라. 씹는데 육즙이 뿜어져 나오는데.. 오죽하면 아직도 닛코여행 이야기를 하면 야키토리 이야기가 빠지지를 않는다. 

 

케곤 폭포(華厳の滝)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츄젠지호 근처에 있는 케곤 폭포. 97m의 폭포로 일본 3대 명폭포의 1개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기억에 남았다. 다만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 포토스팟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인상깊지는 않았다. 유료로 입장할 경우, 더 아래서 케곤폭포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츄젠지호와 동조궁이 메인이었으므로, 스킵하기로 했다.

 

츄젠지호의 전경

 

낚시하기 좋아보였던 츄젠지호

유람선과 오리배도 탑승 가능.

 

그렇게 도착한 츄젠지호. 츄젠지호는 일본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천연 호수이며 닛코 국립공원에 속하는 지역이다.

고도가 높아 시원하기도 하고, 주변의 녹음과 함께 보면 꽤나 장관인 터라 특히 여름에 방문객이 많이 찾는 모양이다.

또한, 가을에는 녹음이 단풍으로 색을 바꾸어, 가을철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계속된다고 한다.

다만, 겨울-초봄에는 비수기인 터라 관광지인가? 할 정도로 사람이 붐비지 않았다. 분명 시원하긴 했지만, 이미 날씨도 충분히 추웠기 때문에, 조금만 더 빨리 올걸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동조궁의 오중탑(五重塔)
신큐샤의 세 마리의 원숭이(神厩舎の三猿)
원숭이 쿠키. 세 마리의 원숭이는 동조궁의 마스코트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신속하게 동조궁으로 이동했다.

동조궁 입구에 있는 큰 토리이를 지나치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녹음과 대비되는 빨간색의 '오중탑'이다.

동조궁은 다른 관광지 입장료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동조궁 입장은 1300엔.

그러나 메인인 동조궁 이외에 다른 건물들을 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건물에서마다 입장료를 따로 받는 듯했다.

닛코에 간 김에 전부 들어가보겠다 하면 말리진 않겠지만, 우리는 동조궁으로 충분했기에 들어가는 건 동조궁 only.

 

동조궁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3마리의 원숭이는 산자루(三猿)라고 불린다. 동시에 「さんざる」는 3가지(さん) + 하지 않다(ざる)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저마다 색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각각의 원숭이는 미자루(見ざる) 이와자루(言わざる) 키카자루(聞かざる)라고 불리며, 이들은 보지 말라, 말하지 말라, 듣지 말라라고 해석될 수 있다.

이 원숭이들에는, 「耳は人の非を聞かず、目は人の非を見ず、口は人の過を言わず」, 즉 "귀는 사람의 흉을 듣지 말고, 눈은 사람의 흉을 보지 말고, 입은 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말라."라는 가르침이 내포되어 있다. 

 

동조궁의 심볼 요메이문(陽明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으로 가는 돌계단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인 오쿠미야 옥탑(奥宮宝塔)

 

다음으로 향한 곳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 하루종일 바라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아 히구라시(日暮らし)의 문이라고도 불리는 요메이문을 거쳐서, 200개가 넘는 돌계단을 올라가면 오쿠미야 옥탑이 보인다. 돌계단 수가 많아서 주변 경관이 멋있었다는 사실이 퇴색되었었는데, 다시 동영상으로 확인하니 무덤으로 올라가는 길이 꽤 장관이었던 듯.

 

촬영금지인 터라 찍지는 못했지만, 요메이문의 왼 편에 있는 약사당(薬師堂)에서는 용의 울음소리, 즉 나키류(鳴き龍)를 들을 수 있다. 신발장에 신발을 올려놓고 사람들을 따라 약사당 내부로 이동하면, 담당자가 천장에 그려진 용 그림의 밑에서 박자목을 쳐 나키류를 들려준다. 용그림이 그려진 천장이 움푹 들어가 있어 소리가 확산되기 어려워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다만, 다 끝난 뒤에 담당자가 너무 자연스럽게 운세가 좋아지는 부적을 판매하는 것을 안내하길래 약간 웃음이 나왔다. 

 

동조궁 전경. 잠자는 고양이(眠り猫)의 그림
꼭꼭 숨겨져 있는 잠자는 고양이(眠り猫) 발견.

 

동조궁의 또 하나의 마스코트 잠자는 고양이, 네무리네코. 사람들이 요메이문을 지나 오쿠미야 옥탑으로 이어지는 곳에서 이동하지 않고 서성거리길래, 뭔가 했더니 네무리네코를 찾기 위함이었다. 꼭꼭 숨어있기 때문에 눈 크게 뜨고 찾아야할 필요가 있다. 잠자는 고양이는, 실은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라도 날아오를 수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보호하고 있는 수호신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또 뒷면에서 참새가 춤추고 있어도 평화롭게 잠에 빠진 모습에서, 「고양이도 잘 정도의 평화」를 내포하는 듯하다. 

 

돌아가기 전에 목마른 사람들은 한 모금 적시기로
토치기의 매운 맛을 보여준 마제소바

 

동조궁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난 뒤, 목이 마르길래 세렌디피티로 들린 맥주집에서 맥주 한 잔!

닛코까지 왔으니 굉장히 유명한 음식점을 가려고 했으나, 영업을 하지 않길래 근처의 마제소바집으로 향했다.

맛있었는데 생각보다 매워서, 아 이게 바로 토치기의 매운 맛인가 하고 깔깔댔던 기억이 있다.

근데 매운 맛도 다양한 매운 맛이 있는 가운데, 이 마제소바에서는 한국의 불닭볶음면과 같은 한국의 매운맛이 느껴졌다.

 

닛코의 관광지가 5~6시쯤 되면 대부분 닫기 때문에, 주변의 가게들도 폐점시간이 굉장히 빠르다

5~6시 즈음, 1박2일을 묵을 것이라면 숙소로, 당일치기라면 도쿄로 돌아오는 것이 좋을 듯하다.

늦겨울-초봄의 닛코도 나쁘지 않았지만, 다음에 온다면 다른 계절에 방문해 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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