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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일본 유학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1)

by 몰두 2022. 1. 19.

문부성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된 이후, 2019년 4월 도쿄대 총합문화연구과로 일본에 무사히 오게 되었다. 오자마자 약 한 달 동안은, 행정처리로 무척이나 바빴던 기억이 난다. 구청 가서 각종 행정처리 하기, 우체국은행 유쵸(ゆうちょ) 계좌 만들기, 핸드폰 개통하기.. 학교에서도 신규 메일주소 및 U-Tokyo 와이파이 계정 등록, 연구생 및 장학금과 관련한 서류 처리가 남아있었다. 도일에 필요한 서류처리와 관련해서도 한 포스팅이 나올 수 있을 정도. 어버버 하다보니 순식간에 한 달이 순삭! 밥도 한국에 있을 때보다 잘 챙겨먹었던 것 같은데 한 달만에 5키로가 빠지더라.

 

대학원에 들어올 준비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껴졌던 것은, '연구생(research student, 研究生)'이라는 지위가 굉장히 '애매하다'는 사실이다. 2019년 도일 직전에, 한국에서는 일본 대학원을 간다니까 당연히 석사를 전제로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 저는 일단 연구생으로 진학하는 겁니다.'라고 설명하기가 굉장히 귀찮고 번거롭다. 그렇다고 일본에서도, 모든 대학교에 이 제도가 정립되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연구생은 (적어도 도쿄대에서는) 외국인에 한정되는 신분이다. 그래서 일본인에게조차도 상황에 따라 설명하기가 번거로울 수 있다. (외국인)연구생 제도의 정의는, 외국 국적을 가지고 연구과에서 특정한 테마에 대하여 허가 받은 기간 동안 지도교원 아래서 연구하는 사람을 위한 제도이다. 쉽게 말하면, 석사 입학을 위해 논문이나 시험 등을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나는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했는데, 졸업에 학부 논문이 필요하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연구생 기간 동안, ①석사 입학을 위한 논문을 제출해야 했고, 석사 때 어떠한 연구를 할지에 대한 ②연구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다(학부 때 졸업 논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전공과 일치하지 않거나 더욱 디벨롭을 시켜야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새롭게 논문을 써야 했다). 또한, ③석사 입시를 치뤄야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과거문제를 정리해서 풀어봐야 했고, 그에 따른 ④일본어력도 더욱 늘려야 했다(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석사 시험이 다른 과제로 대체된 상태).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지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⑤수업을 청강해야만 했다. 

 

나를 비롯하여 그 해에 도일한 사람들과 이전에 도일한 사람들이 만나는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모임이 있었는데, 나는 한 박사님으로부터 결코 입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들었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정리하자면, "문이과를 막론하고, 연구생 됐으니까 석사는 당연히 진급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무사히 입시를 통과한 지금도, 그 박사님의 조언에 동의하는 바이다. 물론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 중 석사 입시를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했던 사람은 없었지만, 막연하게 "연구생으로 들어갔으니까 석사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는 노파심에 간단히 적는다. 연구생으로 허가받은 기간은 총 2년이기 때문에 1년에 입시가 1번 있는 경우는 총 2번 칠 수 있다. 만약 연구과에 따라 여름 입시, 겨울 입시가 모두 존재하는 경우에는 4번까지 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속한 연구과의 경우는 전자였으므로, 겨울 입시 합격을 목표로 약 9-10개월 간 준비하면 되었다. 그러나 4번 칠 수 있는 경우, 개인적으로는 여름 입시에 합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문제가 나오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치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과거문제
튜터님에게 받은 도쿄대 과거문제. 헤이세이 과거문 컬렉터.

 

이러한 상황에서 또 연구과, 심지어는 교수님마다 지도방침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런 안타까운 연구생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바로 "튜터 제도"이다. 연구생과 튜터를 묶어서 학교 문화나 지도 교수님의 지도방침, 논문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일본어가 문법적으로 맞는지 등 여러 질문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나는 일본어력이 매우 뛰어나신 친절한 한국 박사 분을 튜터로 만난 덕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다행스러웠으나, 사람 간의 관계인 지라 튜터와의 궁합도 제각각이라고 하더라. 심지어 어떤 경우는 트러블로 인하여 튜터가 바뀐 케이스도 있었다.. 잘 지내면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관계이므로, 관계 형성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다만, 나는 튜터를 만난 시점이 내 주위 사람들에 비해 조금 늦은 편이었다. 심지어, 지도 교수님과의 컨택도 5월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일본에 막 도착해서 의욕이 충만한 시점이었고 주변 사람들이 튜터를 만났다, 가이던스를 들었다, 교수님과 컨택했다 등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길래 나만 뒤처진 것 같아 꽤 조급했었다. 그러나 우리를 받겠다고 한 이상, 지도 교수님은 우리 존재를 알고 계실 터이니, 만나는 약속이 생각보다 좀 늦더라도 차분하게 기다리도록 하자.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자기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떤 연구를 할 것이다에 관한 것들을 보다 정리해서 갔으면 이야기가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연구생논문
연구생 때 제출한 논문 및 연구계획서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연구생(research student, 研究生)'이라는 지위가 대학원에서 굉장히 '애매하다'는 사실을 크게 느꼈는데, 지도교수님이나 튜터를 만나기 이전에 그러한 감정이 클라이막스를 찍었다. 왜냐하면, 연구생은 내부생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외부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생을 하다가 도중에 입시를 통과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사비연구생을 포함하면 꽤 있는 모양이다. 또한, 석사 입시를 통과한 동료라는 동료의식이 없다는 것도 있다. 나아가, 석사와 기본적으로 비슷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같은 가이던스를 들어도, "이건 석사 이상만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생은 받지 않아도 되는 자료입니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텃세를 부리는 사람은 없었을 지라도, 연구생은 어디까지나 석사의 이전 과정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이러한 위기의식이, 고3처럼 매일같이 18호관에 출근하면서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utas
도쿄대의 친구 유타스(UTAS)

 

연구생의 위기의식이 형성될 즈음, 어느새 첫 수업을 들어야할 때가 왔다. 도쿄대 수강신청 사이트 UTAS에서 실라버스를 검색한 뒤, 나에게 필요한 수업을 찾아 청강을 하면 되었다. 연구생 때는 단위를 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청강에 가까웠다. 어찌됐든 석사 입시 준비를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전공 관련 수업 2개와 일본어 관련 수업 1개만 듣기로 하였다. 전공 관련한 수업은 둘 다 지도교수님의 수업이었는데, 한 개는 학부 때와 동일한 일방형 수업, 한 개는 세미나형 참관 수업이었다. 세미나형 참관 수업은 튜터와 같이 듣게 되었다. 일본어 관련 수업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었으며, 특히 논문 쓰기에 관한 수업이 필요할 것 같아서, 그것을 듣기로 하였다.

 

수업과 관련한 내용부터 다음 포스팅에서 하는 걸로.

 

★다음 포스팅은 여기로

https://doowhatiwant.tistory.com/26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2)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1)에서 이어짐. https://doowhatiwant.tistory.com/24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1) 문부성 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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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유학생 준비 이야기는 여기로

https://doowhatiwant.tistory.com/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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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이야기는 여기로

https://doowhatiwant.tistory.com/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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