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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일본 유학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 문과와 취업의 상관관계(1)

by 몰두 2022. 1. 25.

먼저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을 거론하기에 앞서, 도쿄대 문과 대학원을 나온 사람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적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다. 또한, 나는 연구생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취업을 하는 것으로 진로를 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박사과정에의 진학을 염두에 두는 사람들과는 가치관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타 대학원에 다녔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반드시 나의 의견과 일치하지는 않았다. 대학원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개인의 가치관이 너무 크게 영향을 미치기에, 내가 전제에 깔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일본 대학원의 문화'인가 하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내 주위의 한국인 또는 일본인 동기들과 이야기 나눈 것을 기반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는 현단계에서 내가 생각한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을 이래저래 적어보려고 한다. 오늘의 포스팅은 장점부터!

 

취업과 대학원에 관련한 책들

 

★ 장점

1. 교수가 슈퍼 갑이 아닌 문화. 원생의 연구에 관해서 교수와 원생의 대등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 나는 반대로 한국의 대학원을 다닌 경험이 없기에, 주변 지인들의 의견과 인터넷 뉴스로 한국 대학원의 현실을 접했다. 실제로 대학원 라이프는 교바교, 케바케일지 몰라도 한국 대학원 입학을 고려하는 사람 중에서 슈퍼 갑인 교수와의 관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나는, 적어도 내가 대학원을 다닐 때, 교수의 폭행과 욕설이 내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진 적이 없다. 또한 '너는 반드시 이 연구를 해야 한다'라는 방향성을 강요당한 적이 없다. 물론 내 지도교수가 흔히들 말하는 '방임형 교수'에 가깝기는 하지만, 주변에 일명 '관리형 교수' 아래서 공부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혹여 교수의 추천이 있더라도 자신의 줏대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연구 과제를 충분히 설정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내가 속한 전공의 어떤 교수님의 밑에서 연구를 하더라도, 내가 폭언에 시달릴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아카하라(アカハラ, academic harassment)"라는 말이 존재하는 만큼, 교수가 원생에게 학술에 관련하여 다양한 방해를 하는 일이 아예 존재하지 않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또한 결국 지도교수는 내 논문을 심사하는 사람이고, 나는 교수에게 평가당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를 편한 사람으로만 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적어도 일본에서 자신이 "아카하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대학원에의 진학을 할 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문구가 아니라는 것은 확신한다. 즉, "교수 집안 경조사 때 원생들이 뒤치다꺼리를 한다"는 행위는 용인되지 않을 뿐더러, 그 행위는 충분히 아카하라로서 문제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구에 관해서 교수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주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되어 있다고도 생각한다.

 

2. 온전히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 주위의 한국 대학원에 다니는 지인에게 들어보면, 프로젝트 참여와 연구실 조교로 인하여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는 것으로 인해 자신의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학진, JASSO, 타쿠에츠 등 다양한 장학금이 갖춰져 있는 만큼, 프로젝트 참여나 TA/RA를 하지 않고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여지가 많다. TA/RA를 할 때에도, 교수와의 관계가 매우 드라이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속칭 '교수의 노예'가 되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돈이 필요해서 이 일을 하는 것이므로, TA/RA 관계로 만난 교수와는 업무적으로 대하는 것까지가 의무라고 볼 수 있다. 더하여, 경제적 여건이 방해를 하지 않는다면, '교수나 대학원 사람과의 관계가 얽힘으로 인하여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1과 2를 정리하다가 느낀 점은, 결국 교수와 원생의 관계가 한국에 비해서 일본이 매우 드라이하다는 것이다. 나는 지도교수님이 어디에 사는지, 평소에 무엇을 즐겨하는 지 등, 그의 프라이베잇에 대해서 거의 모른다고 봐도 무방하고, 그것을 신경쓸 필요도 없다. 오히려 교수님 쪽에서 먼저 말하지 않는 한, 그것을 파고드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할 정도. 자신의 사생활을 일정 정도 오픈하는 교수도, 원생이 자신의 뒤치다꺼리를 해줘야한다는 것을 고려해서 오픈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본어 및 영어와 관련한 책들.

3. "공부하러 온" 학부생들과 만날 수 있다.

- 도쿄대 각 연구과마다 방침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속한 연구과에서는 학부 수업으로도 졸업에 필요한 단위를 일정정도 커버할 수 있었다. 또한 학부 과정도 세미나 수업을 일정 단위 들어야만 하기 때문에, 수업에서 마주친 학부생들이 있었다. 거기에서 만난 학부생들 중에서는, "학부생이 이 정도 수준의 이야길 할 수 있나? 이런 지식의 깊이를 가지고 있나?"할 정도로 놀랄 만한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석사로서 수업에 임할지라도 긴장되는 부분이 많았다. 한국에서 학부과정이 고등학교 수험생활 때 받았던 스트레스를 해소할 시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대학이 취업사관학교가 되어버린 것 때문에, 대학시기를 이용하여 지식을 습득하고 공부하려는 대학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반대로 여기서 실감하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물론, 일본 타 사립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건 도쿄대 혹은 구제국대 한정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은 '취업을 위해' 대학원에 입학한 사람을 부지기수로 보았다고..

 

4. 취업 전의 '쿠션 기간'이 되어줄 수 있다. 더하여, '교양있는 말투'를 체득할 수 있다. 

- 대학원은 취업 전의 쿠션 기간이 되어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일본 현지에서 일을 하기 전에 일본 문화와 자신이 맞는지를 테스트하고, 나아가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될 수 있다. 일본어를 한국에서 공부해봤다는 것과 일본에서 산다는 것은 굉장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그리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흔히들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N1을 땄든, 뭐가 되었든, 어차피 대다수가 일본 동네 초등학생보다 어눌하게 말할 것으로 생각하므로 다들 언어의 스타트라인은 비슷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일본에 와서 자신의 일본어력, 업무력, 외로움에 대한 회복탄력성 등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자신이 일본에서 적응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알 길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생활보다 긴장 강도가 낮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은 소위 '쿠션 기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안 맞는다 싶으면 학위만 따고 한국에 리턴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 더하여, 저마다 일본어를 배운 경위는 다르겠지만, 보통 외국인 중에서도 한국인이 일본어를 배울 때에는, 포멀하지 않은 대화를 보고 들으면서 일본어를 배우지 않았을까 한다. 워킹 홀리데이라도 직접 와서 체험해보지 않은 이상, 일본인 친구를 사귀었든 애니메이션이든 아이돌이든 라디오든 뭐든 대부분 "인포멀한 대화"를 통해 일본어를 습득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업무상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포멀하게" 이야기하는 지를 좀 배워야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경어 사용의 문제는 아니다. 여기에는 "일본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낼 때 '어떤 식으로' 말을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포함된다. 예를 들어, "나는 너와 의견이 다르지만, 너를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표현하거나", "한국의 계획 수립 및 브레인 스토밍이 다소 직감에 의존한다면 일본의 브레인 스토밍은 출발점에서 단계적으로 전개한다거나",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A이지만, A의 주위의 것을 말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A를 추론시킨다거나.." 문장으로 묘사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가 포함된다. 이에 아직 적응이 덜 된 사람들의 관점에서 그들을 '따라하려고 하면', 머리 아플 만큼 수싸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쭙잖게 따라하려다가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못말하고, 내용에 집중하면 결국 그들의 관점에서 미처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上から目線으로 말하지만, 나도 그런 차이가 있다는 느낌만 대충 알 것 같을 뿐, 그들의 말하는 방식과 나의 고유의 발화법 사이에서 타협을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들을 따라하라는 말이 아니라, 일단 그런 차이가 있구나 하는 정도를 알기 위해서라도, 대학원 생활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도쿄대 대학원 편람

 

6. 취업 시 해외가 아닌 일본 현지에서 취업 활동이 가능하다.

- 본격적인 취업에 관한 포스팅은 따로 하겠지만, 일본 국외에서 취준을 하는 것과 일본 국내에서 취준을 하는 것은 취업 가능한 폭에서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난다. 다이버시티 존중을 외치며 외국인에게 우호적인 기업은, 국외에서 잡 페어를 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에 취준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 국내에서 취준을 해야만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오프라인 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엔트리시트조차 넣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무엇보다 주위에서 취준을 하는 동기들은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하나, 정보를 얻고 있나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대학원 생활은 도움이 된다고 본다.

 

7. 취업 시 대학원 네임 밸류를 먹고 들어갈 수 있다.

- 대학원은 대체로 자신이 학부 때 다니던 학교와 동일하거나 높은 랭킹의 대학으로 진학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부보다 네임 밸류가 있는 대학원이 좋다고도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일본 내국인의 입장에서는 취활 때 소위 "나이가 깡패이기 때문에", 학부 때 바로 구직을 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여러모로 사정이 다르다. 먼저, 일본에서 모든 한국 대학은 기본적으로 "한국 대학"으로 묶인다. 그러니까 일본 내부의 대학 랭킹과는 별도의 해외 대학으로서 묶이기 때문에, 자신이 한국 기업에게는 어필할 수 있는 대학을 나오든 뭐든, 기본적으로 자신은 '해외 대학을 졸업한 사람'인 것이다. 거기서 자신이 일본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은, 이 정도 일본 대학을 진학할 수 있다는 역량을 증명한 것이 된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해외 인재들이 일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리턴할 것을 걱정하는 편이다. 더하여, 일본에 왜 취업하려고 하는지를 굉장히 깊게 파고드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대학원은 인사담당자의 여러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는 증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8. 한일 양국의 다리역할을 할 수 있는 여러 부수입들이 가능. 

- 학업과 병행하여, 번역이나 강사 알바가 가능하다는 점도 하나의 장점이다. 일본 대학원을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간단한 번역알바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며, 일본 내에서도 한국어 강사로서 활동하는 지인들이 존재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일본 네이티브 스피커 대학원생으로부터 일본어를 1대1 대담으로 배우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지 않을까 하는데, 인건비를 더 쳐주는 일본에서는 좀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담으로, 알선해주는 학원에서 하면 알바비가 상당히 낮아진다고는 '카더라'.. 물론 알바로서, 번역이나 가르치는 일 말고 직접 일본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알바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더라. 여담이지만 한국에서도 무지를 사랑했던 사람은, 무지에서 알바를 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더랬다. 하하.

 

이상으로,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에서 '장점'을 알아보았다. 물론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있는 일본 대학원 생활이기에 잘 비교하며 판단해야할 것 같다. 단점 포스팅은 빠른 시일 내에 올리는 걸로!

 

★ 단점 포스팅은 여기로.

https://doowhatiwant.tistory.com/31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 문과와 취업의 상관관계(2)

★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 문과와 취업의 상관관계(1)에서 계속. https://doowhatiwant.tistory.com/30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 문과와 취업의 상관관계(1) 먼저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을 거론하기에 앞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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