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부성 국비장학생(연구유학생)으로 선발이 되어 도쿄대에서 내락서를 받으면, 본인의 연구과가 혼고(本郷) 캠퍼스에 있든 코마바(駒場) 캠퍼스에 있든, 십중팔구 코마바 롯지 본관에 배치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억을 더듬어봤을 때, 문부성 장학생으로 선발된 이후 배치될 기숙사와 관련하여 여러 선택지를 줬던 것 같은데, 나의 경우에는 연구과가 코마바 캠퍼스에 있었으므로 다른 선택지는 논외였다. 다만, 혼고캠이었더라고 가정하더라도 타 기숙사가 굉장히 멀었던 곳에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 배치될 것으로 생각된다. 나와 같은 기수 혹은 전 기수까지도 코마바기숙사에 살면서 연구과가 혼고캠이었던 사람들을 꽤 많이 봐왔기에,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다만 카시와(柏) 캠퍼스는 멀어도 너무 멀어서, 기숙사에 산다면 카시와 캠퍼스 쪽의 기숙사에서 살 확률이 높다. 나는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살았었다. 이 기숙사는 1년 이상 살 수 없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1년이 되어갈 쯤에는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서야 했다.
★ 참고) 문부성 관련 포스팅과 코마바 캠퍼스의 일상에 관한 포스팅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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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성 국비유학생 합격 수기(문과)
이번 포스팅은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 시험에 관한 경험담을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벌써 3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이고, 연구유학생 합격 이후로 도일, 석사 입학시험, 졸업논문이라는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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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코마바캠퍼스의 일상, 3년간의 캠퍼스 라이프
2019년 4월 1일, 문부성 연구장학생으로서 도쿄대의 총합문화연구과에 진학하여 코마바캠퍼스에 오게 되었다. 석사입학에 분전한 이후, 석사 논문까지 내고 나니 3년이 순식간에 흘러버렸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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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곳, 처음 왔을 때 참 위치가 어디 있는지 알기 힘들었다. 2019년 4월 1일, 캐리어도 없이 짐을 낑낑 옮기던 나는 시부야에서 택시를 타고 이 곳에 왔더랬다. 그러나 택시 기사님조차도 어디인지 찾기 힘들 정도로, 철길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샛길로 깊숙하게 들어가야 보이는 곳이다. 네비가 작은 샛길을 탐지하기가 어려웠는지 자꾸 왔다갔다 해서 애먹은 기억이 있다. 다행히 우리는 그다지 헤매지 않고 빨리 도착할 수 있었지만, 이 주위를 뺑뺑 돌았다던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눈 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익숙해서, 심지어 일본 영화 "한여름의 방정식"을 보다가, 한 씬을 보고 바로 코마바인 것을 눈치챌 정도가 되었다. 너무 슬픈 씬이었지만, 아저씨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며 철도 너머로 달려가는 것을 보면서, "아저씨, 그 쪽으로 가면 코마바노공원이라구요.."라는 생각이 들어 몰입감이 급격히 떨어졌더랬다.
기숙사는 옆에서 보면 철도 거의 바로 앞에 붙어 있다. 열차가 온다는 경고음이 짧은 시간을 주기로 근처에 울려퍼지는데, 그 소리가 꽤 크다. 심지어 기숙사 방이 이중창으로 되어 있는데도 그 소리가 들릴 정도. 게다가 기숙사 옆을 지나가는 열차의 덜컹덜컹대는 소리와 그에 따른 진동이 방에서 느껴진다. 물론 철도 쪽이 보이는 방이 더 크게 들린다. 나는 반대쪽이었음에도 신경쓰였는데 철도 쪽은 오죽했을까. 나는 그래서 1년 후에 방을 찾을 때 무조건 철도 옆은 제외했다. 그리고, 철도 쪽 기숙사 반대편에 고등학교가 하나 있는데, 몇몇 방 안에서 고등학교 학생들과 아이컨택이 가능한 곳도 있는 것 같았다. 그와 별개로 그 고등학교의 이름은 東京都立国際高等学校인데, 꽤 머리 좋은 학생들이 모여있는 국제고등학교라는 말이 있었다. 찾아보니 편차치 68에, 도쿄도내 642개의 고등학교에서 34위 정도 되는 고등학교인 듯. 어쨌든 포인트는 그 학교 학생들과 방에서 아이컨택이 때때로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 허허
골목길로 쭉 들어가다보면, 왼편에는 도쿄공대 코마바 기숙사도 보인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과 교류한 적은 없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정면에 롯지 본관을 마주할 수 있다. 근처에 B동, C동, D동까지 있기 때문에 정면에 보이는 본관에 제대로 들어가도록 하자. 코마바 롯지 '본관'이라는 이름만큼, B, C, D동보다 본관이 건물 자체의 퀄리티는 더 높다. 물론 절대적으로 봤을 때 본관이 퀄리티가 높다는 말은 아니다. 기숙사 관리인이 말해주셨던 것처럼, 도쿄대는 연구에는 투자를 많이 할지언정, 적어도 기숙사에는 큰 투자를 하지 않고 있지 않음에 틀림없다.
1층에 들어가면 보이는 접수처. 일본에서 자취를 하면, 택배박스가 참 귀한데, 1층 접수처는 택배를 임시적으로 맡아주는 역할도 해서 좋다. 한국의 경우 문 앞에 그냥 놓고 가도 사람들이 안 가져간다는 것을 확신한다지만, 일본의 경우는 집에 따로 택배 박스가 없을 때 재배송을 근처 담당소에 다시 부탁해야 한다. 일본 아마존의 경우에는 각 가정의 가스미터박스(ガスメーターボックス)와 같은 장소에 보관하는 것을 설정할 수 있긴 하지만, 모든 택배가 가능한 것은 또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맥에서 1층 접수처의 존재는 꽤 감사하다.
또한 1층 사무실은 방이나 소음에 관한 컴플레인을 처리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컴플레인을 걸어도, 그렇게 적극적인 행동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말 상식적이지 않을 정도로 민폐인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자주 존재해왔기 때문에, 비교적 외국인에게 열린 마음을 가진 직원이 들어옴에도 기숙사 주민 간의 트러블 대응에 지쳐가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방음이 잘 안되어서, 옆방소리가 꽤 잘 들리는 편이다. 특히 문 앞에서 내부 소리가 매우 잘 들리는 편. 그러나 입주하기 전에 개인이 각자 청소비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방마다 복불복으로 커튼이나 침대를 포함한 방 물품이나 벽지에 하자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컴플레인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점에 대해선,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기숙사 차원에서 대응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진짜 옆방 담배 때문에 빨래에 냄새배고 담뱃재가 날려오는 것 때문에 강하게 컴플레인한 적이 있었는데, 그 건 말고도 여러 가지 사안이 문제가 되어 사무실의 주관으로 옆 방 녀석이 방 뺀 경험이 있다. 힘들면 직접 싸우지 마시고, 그래도 사무실에 강하게 어필해보는 쪽을 추천한다.
전기와 수도세와 관련한 유틸리티비를 여기서 입금하고 방 번호를 눌러야, 방 안에서 따뜻한 물이 나오고 에어컨 및 전등을 켤 수 있다. 기억나는 바로 말하자면 한 달에 2-3천엔? 물론 본인 방에 냉장고 코드를 뽑고, 에어컨을 안 켜는 등, 절약이 몸에 밴 사람이라면 더 적게 쓸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는 몬산다..' 하면서 그래도 나름대로의 최저생계를 갖추며 살았다. 참고로 유틸리티비는, 5만엔 중반 대의 한 달 기숙사비(방세)와는 별개로 여기서 입금해야만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 강당이 매우 떠들썩했다. 안에서 피아노를 치는 사람도 있었고,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기숙사가 여는 웰컴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또, 몇 주 간격으로 일본어 교실이 열리거나, 가라테를 배우거나, 일본인과 외국인의 교류를 도모하는 이벤트들이 열리기도 했다. 나는 거의 참가하지 않았지만, 일본어 교실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근처에 거주하는 아주머니와의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기숙사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그러한 인연이 많이 사라지고, 강당 이벤트도 열리지 않게 되었다.
5층에는 전통적으로 한국인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오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각자 석사 입학 시험을 위해서 고군분투하기도 했지만, 이 복도에서 웃고 떠들었던 추억이 많았기 때문. 아직도 야심한 밤에 어느 한 방에 모여서 떠들다가, 다음날을 위해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던 기억이 꽤 생생하다. 이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는 말에는 의견이 분분할 수는 있지만, 기숙사 덕분에 외국에서 홀로 떨어진 느낌을 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더구나 홀로 타 대학 기숙사에서 있는 경우와 비교해서, 코마바 기숙사는 단기간에 급속도로 거리가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 전공, 성향, 나이 등 많은 부분이 다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만났다면 같은 기간을 알고 지냈다는 가정 하에 이 정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는 기숙사라는 환경에 고맙다.
오랜만에 찾은 기숙사 라운지는, 코로나 때문에 굳게 닫혀 있었다. 기숙사 라운지는 약 10시까지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특히 수다를 떨거나 영화를 보는 용도로 많이 사용했다. "지금 모두 라운지로 모여"와 같은 말로 다 같이 모인다기 보다는, 그냥 하나 둘씩 모이는 느낌.. 그렇게 떠들다 보면 시간이 훅훅 가더라. 특히 여기서 조던 필 감독의 US를 같이 본 기억이 나는데, 한동안 US가 꽤 화젯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키친에서 다 같이 요리를 해 먹거나, 피자 등을 주문해서 먹은 적도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요리를 그다지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널찍한 공용 키친이 꽤 좋았다. 요리 초보들은 딱히 대단한 요리를 하지 않아도 요란하기 때문에, 요리재료를 다듬거나 설거지를 하는 공간은 넓을 수록 좋다. 또, 요리솜씨가 좋은 사람에게 요리를 배울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혼자 다 먹기 위해서 음식을 시키기엔 비싸기도 하고 효용도 떨어지는데, 다 같이 시키면 맛은 배가 되고 비용은 반이 된다. 다만 밤늦게 키친에서 떠들면, 키친 근처 방에서는 매우 크게 들린다. 가끔 기숙사 거주민의 외부 친구들이 찾아와 이 사실을 모르고 크게 떠드는 경우가 있어, 그게 곧 트러블이 되고는 한다. 그래서 소음에 베스트 방은, 계단과 키친-라운지 쪽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는 방이 좋다. 물론, 옆방에 이상한 사람이 들어오면 말짱 도루묵이지만..
코마바 기숙사는 세탁기가 각 방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층에 있는 코인세탁기(コインランドリー)와 건조기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세탁실은 다 같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느낌이 크다. 가끔 지 빨래를 한나절 세탁기에 박아놓고 안 빼는 사람도 있고, 그것 때문에 세탁기나 건조기에서 쉰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거기에 타인의 머리카락..뿐 만 아니라 온갖 털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진짜 매우 화가 난다. 그래도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썼다. 화가 나도, 별 수가 없이, 그 층 세탁실이 너무 아니올시다 싶으면 다른 층에서 돌리거나 해야한다.. 그리고 처음 오면, 플로어 마스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학생이 기숙사 이곳저곳을 소개해주는데, 그 때 세탁기 사용법도 알려준다. 먼저 동전을 넣고, 조금 기다렸다가 세탁기 내부를 씻는 버튼을 누르고서 옷을 넣는 것을 꼭 잊지 말라는 당부가 기억에 남는다. 그걸 안누르고 한 것 때문에 누가 넣은 표백제가 자기 바지에 다 물들었다고..
윤동주 시인의 '쉽게 씌어진 시'에서 육첩방은 남의 나라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기숙사 방 내부. 부가 서비스가 있다곤 하지만 방세가 5만엔 대 중반이라니.. 그래도 도쿄니까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심지어 새로 생긴 도쿄대 기숙사는 방세가 9만엔이 넘는다더라. 방 번호는 자기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쉽게 말해 복불복이다. 그래도 내 방은 큰 하자가 없는 편이었다. 다만 매트리스 쿠션이 너무 별로라서 허리가 아팠던 점만 제외하면.. 그래도 어떻게 1년 잘 버텼다. 라운지와 키친에서 더 이상 떠들 수 없는 시간이면, 누군가의 방에 들어가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누며, 재미난 경험을 보냈던 것 같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코마바 롯지에서의 1년. 이렇게 돌이켜보니 참 이런저런 기억이 새롭게 샘솟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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