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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일본 유학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 문과와 취업의 상관관계(2)

by 몰두 2022. 1. 27.

★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 문과와 취업의 상관관계(1)에서 계속.

https://doowhatiwant.tistory.com/30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 문과와 취업의 상관관계(1)

먼저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을 거론하기에 앞서, 도쿄대 문과 대학원을 나온 사람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적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다. 또한, 나는 연구생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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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번 포스팅에서는, 개인적으로 생각한 일본 대학원의 장점에 대해서 써보았다. 이번 포스팅은, 특히 단점에 초점을 맞춰 써내려가 보려고 한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서술했지만, 내가 졸업한 문과 대학원이 전제가 되는 이야기이며 개인적인 대학원 경험을 바탕으로 한 포스팅이므로, 이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댓글에 달아주시길 바란다.

 

1. 석박사 졸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만만치 않으며, 박사 과정은 7년 이상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 석사를 기준으로 해도, 도무지 커리큘럼이 쉴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일본 로컬 사람들에게도 악명 높을 정도로 양이 많은 과제를 자랑한다. 그러니 하물며 언어도 익숙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어떨까. 이 이야기는 우리 전공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문이과를 막론하고 졸업을 위해 넘어야할 산이 많음은 확실하다. 항상 자기 일이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자기 전공이 가장 힘든 것처럼 느껴질 때마다 다른 전공 친구들에게 하소연하곤 했는데, 거긴 거기 나름대로 시련이 참 많다고 느껴졌다. 거기서 느껴지는 달콤쌉싸름한 동지의식은 있긴 하지만.. 공부하러 왔으니까 사실 이런 커리큘럼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졸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진짜 학교가 학문적으로 원생들을 엄청 굴렸구나라고 새삼 느낀다. 한 과제가 적응될 만하면 또 빡세게 굴리는 스파르타 체제.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손꼽힐 정도로 빡센 경험이었다. 거기다 이렇게 굴리고 졸업이라도 시켜주면 다행인데, 석사라고 할지라도 각 전공마다, 교수마다 졸업이 가능한 허들이 천차만별이다. 자기가 취업을 하든 하지 않든, 개인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석사 3학년까지 하는 것이 전공 혹은 교수 제미(ゼミ)에서 흔한 일일 경우도 존재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석사 졸업이 별 거 아니고 한다면, 저 마음 깊은 곳에서 분노를 느낄 정도. 따라서 석사 입시도 힘들지만, 졸업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에 적은 것과 같이, 특히 자신이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더욱.

 

cf) 그래도 석사 단계에 한정해서, 국립대와 사립대의 문화가 조금 다른 것 같기는 하다. 사립대 석사 중에는, 자신이 취업 준비에 수월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자신이 공부와 취업 중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놓느냐에 따라 느끼는 부담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 그래도 박사과정과 비교하면, 석사 과정은 적정 수준의 졸업 가능성이 존재하는 편이기는 하다(동대 출신의 박사가 석사는 그래도 할 만하지 한다면, 끄덕일 수밖에 없을 듯..). 석사과정을 하면서 박사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 어느 정도의 레벨에 있는 사람을 졸업시키려는 거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단 석사는 아직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만연해서인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의 기준이 석사까지는 꽤 관용적인 편인데, 박사에 들이대는 기준은 어느 연구실이나 매우 높다. 일단 박사 과정에 들어가는 것부터 쉬운 일은 아닌 듯싶다. 타대학에서 석사를 하고 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박사로 바로 들여 보내주는 케이스가 매우 드물고, 석사를 여기서 다시 한번 하는 것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연구과 내에서 전공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을 수록 더한데, 만약 자신이 일본에서 석사를 다시 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에는, 입학에 정말 높은 허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게 좋을 정도. 무사히 들어갔다고 가정했을 때, 일단 주위의 박사가 졸업을 위해 어느 정도 기간을 고려하고 있는가를 둘러보자. 내 경우에는 박사과정을 6-7년 하는 케이스가 부지기수였으며,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저 사람들이 과연 10년이 걸려도 졸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절대 그 사람들의 지식의 수준이 낮아서는 아니었다. 나름 각자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인데도,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박사가 졸업하기 위하여 밟아야하는 과정이 순조롭지 않은 모양이다. 이러한 사안을 두고 교수 차원에서 졸업생의 부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도 하는데.. 일단 내가 아는 정보로는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정도.. 개인적으론 이러한 졸업의 어려움에 더하여, 졸업 후의 진로까지 걱정하려니 라이프 플랜을 세우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다.

 

3년동안 신세졌던 학교의 정문

 

2. 연구와 취활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 자신이 일본 대학원을 다니며 취활을 병행하려는 사람이라면, 일본의 신졸 카드(新卒カード)를 이용하여 취업을 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신졸카드란, 취직활동에서 신졸의 유리함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일본은 취업시장에서 '경력단절'을 매우 달가워하지 않는 나라이다. 학부 혹은 대학원 졸업 후 바로 취직하는 것을 매우 선호하고, 졸업한 후 바로 취직하지 못한 경우에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대학원 이후 바로 취직하기 위해서 석사 2학년 때 취직 준비를 해야하는데, 문제는 이 때가 딱 논문을 집필하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인턴을 넣어보는 시기를 제외하고, 취준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엔트리 시트를 넣을 시기가 3월, 그리고 보통 6월에서 7월 초순까지가 최종 결과가 나오는 시기인데, 최소 기간으로 잡더라도 3월부터 6월까지 논문에 시간을 거의 투자를 못하는 건 졸업에 정말 치명적이다. 적어도 6월이면 연구 테마까지는 잡아야하는 시기라는 걸 고려하면, 이 때 연구에 관하여 머릿속이 하얗다면 졸업을 못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럼 적응하기 바쁜 1학년 때, 연구에 대한 구상을 어느 정도 끝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말이 쉽지... 그래도 취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1학년 때 졸업 플랜을 반드시 생각해두자. 혹시 연구생에서 석사과정에 진학을 한 사람이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연구생 때의 주제를 어느 정도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석사논문을 작성할 것을 추천한다. 그것이 꽤나 논문을 작성하는 기간을 단축해줄 수 있으니까. 

 

3. 나이에 관한 문제.

- 학부생이 아니라 대학원생으로 일본 사기업에 입사하게 되는 것을 가정할 때, 동기들과 나이 차이가 꽤 나게 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물론 드물지만 자신이 지망하는 업계가 석사생들이 많이 지망하는 경우도 존재하긴 한다). 작년 10월 내정식에 갔을 때 대다수가 만 22-23세였다.. 일본에서는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굉장히 드물고, 휴학을 하는 경우도 없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그러므로 자신이 휴학을 한국에서 모종의 이유로 길게 하거나 졸업을 늦게 했다면 면접에서 잘 설명할 필요도 있다). 일본 대기업을 신졸로 노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학원 졸업 시기에 자신의 나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대기업 취업 막차타는 시기가 암암리에 존재하는 것처럼, 일본도 역시 존재하기 때문. 개인적으론 취업 시기에 만 30세 미만이냐의 여부가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특히 병역 기간이 있는 남성은 자신이 입사하는 시기를 잘 체크할 것.

 

4. 생활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 일단 도쿄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높은 월세와 생활비에 대해서 고려해야만 한다. 집에서 온전히 지원을 해준다면 다행이지만, 학부 과정과 비교했을 때 대학원 과정을 온전히 지원받을 확률은 낮아질 것이다. 또 학비는 어떤가. 분기별 내야하는 등록금 뿐 아니라, 논문 심사비를 비롯해 부가적으로 드는 비용도 있을 것이다. 여러 장학금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금액이 많을 수록 그 장학금을 받을 확률도 점점 내려간다. 가장 베스트는 학진(学振) 장학금을 받는것? 문부성 장학금이라고 하더라도, 도쿄에서 살면 여유롭게 살기는 힘들다. 한 마디로 장학금은 필수. 거기에 더하여 돈을 버는 창구를 만들거나 아끼면서 생활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생활비의 부담을 짊어지면서 연구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쿄대 대학원 이수 안내 책자

★ 그 외: 여기서는 장단점에 묶기는 애매하지만, 일본 대학원 진학에 대하여 토해내고 싶은 개인적인 생각들을 넋두리처럼 적어보려고 한다. 

 

1. 일본 대학원 학위가 가지는 임팩트

- 사실 장단점보다 먼저 생각해야할 것은, 자신의 진로에 있어서의 일본 대학원 학위가 가지는 임팩트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취업을 하든, 국내로 돌아가든, 일본 학계에 남든, 자신의 학위가 얼마나 쓸모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대학을 나온 사람이 일본에 취업을 하고싶다는 가정 하에, 적절한 시기에 졸업만 할 수 있다면, 일본 대학원 진학을 추천하는 바이다. 반면, 한국 학계로 돌아간다고 가정할 때, 모든 학과가 일본에서 공부한 것에 대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한일관계가 아닌 다른 지역의 정치를 일본에서 전공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본전공을 살리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한일관계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가진 건 일본 학위이기 때문에, 일본 관련 학술지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일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학과가 아닐 경우, 한국에서 더 선호하는 미국 학위를 가진 사람도 원하는 일자리를 못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솔찬히 들리는데, 과연 일자리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서도 다소 회의적인 바이다. 결론적으로는, 다소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본 대학원을 왜 와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자신 안에서 명확히 선 후에 일본 대학원 진학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일본 대학원의 자문화에 대한 프라이드.

일본 대학원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영어로 강의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덜하다. 또한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야지만 제대로 대접을 받는 풍토도 덜하다고 느낀다. 갈라파고스화라고도 볼 수 있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바로는, 자문화에 대한 긍지라고도 보였다. 한국에서 영어 강의가 마치 트렌드처럼 퍼져나가고 있고, 강의직에서도 영어 강의가 가능하냐의 여부로 채용이 갈린다고 하던데, 정말 "영어"가 모든 수업에서 갖춰야만 하는 핵심적인 부분인가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어야하는가, 혹은 왜 영어 수업이 "더 나은" 수업으로 평가받는가에 대한 생각에 가까운 것 같다.

 

3. 수행의 길, 대학원.

- 논문 집필을 시작하든, 실험을 시작하든, 대학원이라는 시간은 수행(修行)에 가까운 것 같다. 그냥 계속 앉아있는다고 떠오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있지 않아도 일단 머리는 깨어있는 동안 계속 돌리면서 산책을 하든, 뭘 하든 연구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다. 짬이 나서 사람들을 만날 때도, 연구로 인해 계속 불안한 상태는 항상 유지된다. 거기다 집필에 힘쓸 때는 힘이 바닥날 때까지 글을 토해내야 하니까 쪽잠 자면서 쓰고.. 몸을 하루종일 굴리면서 썼는데 자기 전에 논문 생각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나는 논문 한창 쓸 때, 피곤해 죽겠는데 술이라도 한 잔 마시지 않으면 잠도 안와서 너무 괴로웠다. 석사논문을 쓰고 나니까 건강이 전체적으로 나빠진게 그냥 눈에 띄더라. 석사를 마칠 무렵 쯤 되니, 대학원 생활은 신체적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모든 대학원생이여 파이팅..

 

- 다만 석사 수준에서 학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논문을 뽑아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석사 과정은 인생에서 꽤 유의미한 시간이었음은 틀림없다. 누구 하나 잘했다고 떡 하나 주는 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2-3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에서 주제를 선택하고 그것에 대하여 자신만의 답을 내놓는 과정에 뛰어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해외에서라면 더더욱. 그래도 대학원의 경험이 어떠한 형태로든지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감을 부여해준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나는 적어도 석사까지라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 문부성 국비유학생 합격 수기는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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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성 국비유학생 합격 수기(문과)

이번 포스팅은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 시험에 관한 경험담을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벌써 3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이고, 연구유학생 합격 이후로 도일, 석사 입학시험, 졸업논문이라는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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