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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일본 유학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4)

by 몰두 2022. 2. 14.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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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3)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2)에서 계속. https://doowhatiwant.tistory.com/26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2) ★문부성 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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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문을 완성하고 나니, 필기시험까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딱 2주 남짓 정도 남더라. 논문도 논문이지만, 필기시험의 중요성에 대해서 주변에서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에, 부담감에 마음은 두근 반 세근 반이었다. 같은 연구과로서 입시를 준비하던 사람들은 이미 1-2주 전에 필기 준비를 시작했던 모양이었으므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물론 전공마다 문제가 다 다르지만..). 도움을 받아 1년치 과거문제를 일본에 오기 전부터 입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 오기 전부터 열심히 준비해보려고는 했었는데, 한국에서는 실질적으로 준비하기가 힘들더라.. 물론 2주가 남았을 때도 상황은 일본에 오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닥치면 하게 된다. 

 

 필기시험은, 일어 지문을 읽고 일어로 답하는 문제, 영어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문제, 전문과목 문제 총 3파트로 나뉘었다. 일어 → 일어 문제와 영어 → 일어 문제는 솔직히 단기간에 대비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평소의 영어력과 일어력으로 승부해야되는 파트였다. 더구나 시간도 촉박했기 때문에, 매일같이 과거문제를 풀어보고 이런 문제가 나오는구나 정도만 체득하기로 하였다. 남은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하게 대비해야 할 것은 전문과목 문제였다.

 

코마바캠1
비오는 날 코마바 기숙사에서 학교 가는 길.

 

 전문과목 문제 형식은, 10개 남짓한 문제들 중에서 자기가 답할 수 있는 문제를 2개 골라 적는 것이었다. 대략 13개년치 과거문제를 훑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탐색했다. "대답할 수 있는 문제"란, 내가 이미 지식으로서 가지고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검색을 해서라도 답할 수 있는 문제에 가깝다. 예를 들어 통계학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2주간 용을 써도 통계학에 대한 문제를 풀기 어렵지 않은가.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내가 몇 주 남지 않은 준비 기간에 어떤 분야의 문제를 답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다.

 

 내가 답할 수 있는 분야에서 어떠한 문제가 출제되는지 경향을 분석하고(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결국 문부성 대비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나 싶다.), 그 문제에 답하기 위한 사례를 준비했다. 특히 논문을 쓰면서 나의 연구분야에 대하여 사전 지식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 사전 지식과 연관되는 사례를 모으는 방식으로 필기 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다양한 문제를 커버할 수 있는 사례를 모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사실 준비하면서 불안했던 점은, 이런식으로 과거문제를 중심으로 대비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나올 것이라고 상정한 분야 안에서 반드식 문제가 출제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 점이 가장 두렵긴 했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런 점을 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에 토로하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별 수 없지만, 내 방법을 믿고 고수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 때 한자 공부를 엄청 열심히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읽는 건 그래도 많이 적응이 되었는데, 논문조차도 거의 컴퓨터로 썼으니 실제로 자필로 일본어를 적는 것은 별로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생각이 안나면 히라가나로 써야지 했지만, 그래도 아예 한자를 안 쓸 수는 없지 않는가. 내가 만든 사례를 염두에 두고 기출문제를 답하는 셀프 모의시험을 치뤄보면서 한자 연습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다만, 시험이 끝난 뒤로부터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듯하지만..

 

교수님세미나
일단 교수님이 패널로 참가하신다는 세미나는 모두 참여했었던 연구생 시절.

 

 그렇게 시험이 1일 남은 시점에, 같이 시험을 준비하던 친구들과 함께 각자의 시험장을 확인하기로 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시험장을 둘러보다가 내 시험장이었던 강당에 들어가보았는데, 사실 나는 시험장 확인 이전에 강당을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근데, 아직도 강당 입구문을 열었을 때의 위압감을 잊을 수가 없다. 넓은 강당에 책상이 쫙 깔려있는데, 그 넓이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강당 단상 앞에서 감독관들이 시험을 치르는 이들을 내려다본다고 생각하니, 압박감이 그 때부터 느껴졌을 정도. 

 

 그렇게 서로의 시험장을 확인하고, 내일 몇 시에 시험을 치르는지를 얘기하였는데, 셋 중에 내가 가장 빨리 시험을 치르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끝나는 시간은 똑같다는 점.. 9시엔가 시작해서 12시까지 일어/영어 시험을 치르고, 점심을 먹고 오후 늦게까지 전문과목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오후 시험만 치르는 케이스도 있었고, 10시 경부터 시험을 치르는 케이스도 있었다. 일단 내 시험은 마라톤마냥 체력 승부가 되겠구나 했다. 나는 기숙사로 돌아가기 이전, 로손에서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와 킷캣(킷캣은 일어로 キットカット인데, 반드시 승리하자라는 きっと勝つとぉ!라는 말과 비슷해서 한국에서 엿을 먹는 듯한 느낌으로 수험생들이 즐겨 찾는단다), 그리고 레드불을 샀다. 

 

 예정된 시각에 일어나기 위해서 알람을 몇 개씩이나 맞춰놓고 긴장된 상태로 잔 것치고, 당일 일어났을 때 수면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근거는 없었지만, '오늘 왠지 잘 풀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근거없는 자신감이 제일 무섭다고는 하지만, 나는 이런 직감을 믿는 편이다. 시험장으로 이동해서, 레드불은 점심 먹고 졸릴 때쯤 먹어야지 하고 초콜렛만 입에 넣었다. 첫 번째 시험지를 받기까지 굉장히 오래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치룬 오전 시험에 대해서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사실 기억이 사라졌다. 하지만 어떻게든 못 쓴거 없이 다 쓰고 낸 기억이 있다. 내고 나서 이상한 실수를 했던 것이 기억났지만, 전문과목 때 만회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점심을 먹을 때는 어차피 시험지 다시 받아서 쓸 수도 없는거 지난 시험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코마바기숙사
기숙사 키친에서. 무지하게 비가 쏟아지는 날에.

 

 그리고 찾아온 점심시간. 1층 학식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그 전날 같이 시험장을 확인하고 오후에만 시험이 있었던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어서 이래저래 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었더랬다. 그 때 내가 먹었던 카레라이스와 그 위에 작은 섬처럼 뿌려주던 단무지가 아직도 생각난다.. 금방 먹은 걸 해치우고, 각자의 시험장으로 흩어졌다. 어느덧 찾아온 전문과목 필기시험 시간에 관해서는, 무슨 복권 긁듯이 내가 쓸 수 있는 문제가 있나 없나 가슴 조리며 확인했던 기억과 실제 필기시험 시간이 되니까 평소보다 손이 굳어서 잘 써지지 않던 기억이 주로 남아있다. 다행히도 끄트머리 즈음에 이거라면 내가 쓸 수 있겠다는 문제가 있었어서, 일단 1차 관문은 통과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시간을 확인했던 게 생각난다. 근데, 긴장해서 글자를 너무 빡빡 눌러쓴 탓인지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손을 끊임없이 털어냈더랬다.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먼데 손이 아파서 쓰기가 힘들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마음만 급해졌다. 게다가 한 3분 정도 남았을 때였나? 다 쓴 상황에서 내가 A라는 단어를 써야하는 곳에 전부 B를 써놨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와.. 이거 어떡하지 하면서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Ctrl + F도 못쓰는데! 속으로 버퍼링 없이 계속 욕을 씨부리면서 동시에 심호흡을 하며, 진짜 빠르게 보이는 B 단어를 전부 지우고 A로 바꾸어갔다. 근데 더 웃기는 건 A를 쓰는데 한자가 갑자기 생각이 안나가지고 히라가나로 썼다는 것이다. 초인적인 힘으로 전부 다 바꾼 순간에, 땡하고 답안지와 시험지를 감독관이 걷어갔다(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아직도 그 촉박한 시간은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아 근데, 무사히 바꾼 건 바꾼 거지만, 시험을 어떻게든 다 끝내긴 했는데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전부 단어를 잘 바꿨는 지도 문제였지만, 마지막에 초조한 상태로 끝났었으니까, 그 초조했던 기억이 시험 전반에 대한 기억으로 물들어가면서 괜시리 걱정되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뭐 어쩌랴.. 바꿀 수도 없고, 일단 시험을 동일한 날에 같이 치른 사람들끼리 모여서 몸보신을 하기 위해 이키나리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문부성 면접 끝났을 때처럼, 내 표정은 아마 어두웠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일단 긴 시험시간 때문에 체력이 바닥났기 때문에라도 표정이 아마 안좋았을 것이다. 그 뒤로는 필기 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험을 위해 바짝 땡겨썼던 생체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뒹굴거렸던 기억이 난다. 

 

다음 포스팅은 필기시험 이후, 석사 입학 전까지의 준비기간에 대한 포스팅이 될 것 같다. 아마 연구생 포스팅으로서는 마지막 포스팅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연구생 마지막 포스팅은 여기로.

https://doowhatiwant.tistory.com/39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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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마바 기숙사 포스팅은 여기로.

https://doowhatiwant.tistory.com/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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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부성 국비유학생 합격수기는 여기로.

https://doowhatiwant.tistory.com/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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