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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일본 유학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5)

by 몰두 2022. 2. 16.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4)에서 계속.

https://doowhatiwant.tistory.com/38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4)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3)에서 계속. https://doowhatiwant.tistory.com/34 문부성 국비장학생의 일본 도쿄대 연구생 입학, 그리고 석사 입시(3) ★문부성 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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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월 말에 치뤘던 석사 시험일부터 필기시험 합격자 공지일까지는 약 6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는 무엇을 새롭게 추진할 만한 여력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혹시나 합격이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다. 게다가 필기시험이 합격되지 않으면, 열심히 준비한 논문을 내지도 못한다는 점이 가장 멘붕이었다. 한 번 떨어져도 물론 다시 한 번 시험을 볼 찬스가 남아있긴 했지만, 그만큼 석사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싫었고, 1년의 연구생이라는 기간을 또 해야할 지도 모른다는 게 물에 빠진 것마냥 숨이 턱 막혔다. 더하여, 2019년 4월 도일 이후 머물렀던 기숙사가 원칙상 1년밖에 살 수 없었기 때문에, 합격의 여부를 떠나서 기숙사를 벗어나 집을 새롭게 구해야하는 것도 하나의 스트레스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혼고 캠퍼스 주위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은 벌써 진작에 집을 구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집 구할 때의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필기시험 합격자 공지일이 다가왔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나는 긴장하지 말자를 머릿속에서 되뇌었으나, 뇌는 부정형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다리를 부산하게 떨고 있는 만큼이나 나는 단순히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었다. 정오에 발표랬건만, 아침 댓바람부터 눈이 떠지는 바람에, 오전 내내 아무것도 하지도 못하고, 홈페이지 새로고침만 연타하고 있었다. 게다가 오프라인으로 코마바 캠퍼스 게시판에 붙여 놓는다는 공지가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공지를 해줄까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합격자 발표는 이제 무조건 온라인 아닌가? 하는 사고가 한국적인 마인드(?)였다는 사실을 여기 와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무표정으로 홈페이지를 새로고침하기를 반복하는데, 갑자기 새로운 글이 하나가 뿅하고 떴다. 합격자 발표가 온라인에 뜬 것!

 

혼고캠퍼스
도쿄대 혼고 캠퍼스에 놀러갔을 때. 도서관 앞.

 

 숨을 쉬는 것이 자동으로 멈춰지며, 바로 그 글을 클릭해서 합격자 명단을 보았다. 다른 전공들을 건너뛰어 우리 전공의 합격자를 확인한 결과, 내 수험번호가 그 명단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적 흥분은 최고조로 달했지만, 그것이 얼굴과 몸으로 표현되지 않는 언밸런스함에 기묘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이제까지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욕이라도 뱉어내면서 기쁨을 떨어내야 했는데, 묘하게 차분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쁨에 겨웠던 나는, 리액션이 적은 몸한테 눈치 챙기라는 식으로, 억지로라도 흥분을 밖으로 털어내다가 오프라인으로 게시판에서도 확인해야겠다는 마음에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라인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온라인으로 합격자 발표가 떴다는 소식을 알리고, 준비해서 학교로 달려갔다. 정오가 조금 안되었던 때부터 기다렸는데, 드디어 결과가 적힌 종이를 게시하는 직원이 등장했다. 온라인에서도 확인했긴 했지만 혹시라도 내가 잘못 본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기에, 다시 한번 대조해서 몇 번이고 그 명단에 내 수험번호가 있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한 사진을 찍어댔다.

 

 그렇게 내가 온전히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고 있었을 때, 다른 연구과를 포함해서 안타깝게도 같이 준비했던 동기들에게 모두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슨 말로 위로가 되겠으며.. 열심히 준비했던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시덥잖은 위로가 고깝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말을 아끼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더구나 아직 나에게도 구술 면접과 부동산이라는 부수적인 일처리가 남아있었으므로, 계속해서 합격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도 많이 없었더랬다. 다만, '내가 합격했다는 기쁨이라든지, 아직 넘어야할 산이 남았다는 불안의 표출이라든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진 감정 표현조차도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그런 감정적인 스토퍼를 지닐 필요는 있겠다'라는 혼자만의 다짐을 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반드시 석사 입학하고 만다는 일념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무사히 논문을 제출해야 하는 기간 내에 낼 수 있었다.

 

혼고캠퍼스1
도서관 내부의 레드카펫.

 

 2월 중순이었던 구술 면접 시험에 앞서서, 일단 나는 논문 집필에 집중한 18호관에도 가기 싫었고, 내 연구생 논문을 다시 펴보기도 싫었다. 그렇게 유난 떨 정도로 연구 퀄리티가 높았던 것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한 만큼이나 허락된 기간 내에서는 연구 그 자체에 좀 질려버렸다는 감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그래서 1주 반 정도는 논문을 쳐다보지도 않고 열심히 이사 준비를 했다. 그런데, 열심히 구했는데도 집이 잘 안구해지는 것이었다. 외국인은 안 받는다는 물건도 많고,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 등쳐먹으려는 속셈이 뻔히 보이는 업자도 한 번 만나고.. 당시에는 코로나가 올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일단 학교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 내에서 집을 구하고 싶어서 집을 구하기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지금 살고 있는 집과 우연치 않게 만나, 신청(申し込み)을 넣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번 에너지를 논문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써서였을까, 다행히 내 연구를 다시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겨났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나름의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달까.

 

혼고캠퍼스2
혼고 캠퍼스의 아카몽.

 

 구술면접 이전에, 여러 사람들에게 구술 면접에 대한 조언을 받았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이야기로는, "내가 이래저래 구술면접을 대비해도 그 질문은 면접 때 안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구술면접 때, 다양한 의미로 내가 예상하지 못한 질문들만 나왔었다. 그래도 뒤돌아보면 내 나름대로 대비를 하면서 "내가 이 논문 썼고, 내용 다 안다."라는 점을 증명했으니, 결과 OK 아닐까 싶다. 여담으로 이 때 구술면접을 위해서 아오키(AOKI)에서 리쿠르트 수트를 샀었는데, 지금까지 아주 잘 써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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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바 캠퍼스에서 시모키타자와 가는 길목.

 

 그렇게 합격자 통보가 되는 3월 초까지는, 이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사비용 아끼기 위해서 구루마(台車) 써서 기숙사에서 집까지 왔다갔다 할 수 있었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 밖에 전입신고, 가스 수도 인터넷 신청 등, 다가올 코로나를 버티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그렇게 여러가지로 정리된이후로,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나왔다. 물론 기뻤지만, 개인적으로는 필기시험 합격이 훨씬 박진감 넘쳤던 것 같다. 최종 합격자 발표는, "혹시..~면 어떡하지?"의 불안에 대한 해소 정도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렇게 연구생 시기에 대한 포스팅이 끝이 났다. 다음 유학 포스팅은 또 하나의 도전이었던 석사에 대한 포스팅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석사를 하면서 항상 연구생 때와 비교하게 되었는데, 나는 석사보다도 연구생 기간이 훨씬 더 불안하고 힘들었으며,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냈던 것 같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나는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쓰게 되었지만, 사실은 연구생 때에 더 많은 추억이 있었는데 다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이제라도 남은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으니 다행이겠지. 

 

 

★일본대학원의 장단점에 대한 포스팅은 여기로.

https://doowhatiwant.tistory.com/30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 문과와 취업의 상관관계(1)

먼저 일본 대학원의 장단점을 거론하기에 앞서, 도쿄대 문과 대학원을 나온 사람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적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다. 또한, 나는 연구생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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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부성 국비유학생 합격 수기는 여기로.

https://doowhatiwant.tistory.com/18

 

문부성 국비유학생 합격 수기(문과)

이번 포스팅은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 시험에 관한 경험담을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벌써 3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이고, 연구유학생 합격 이후로 도일, 석사 입학시험, 졸업논문이라는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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