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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의 기록

일본 하츠모우데, 이나게센겐신사(稲毛浅間神社) 방문기

by 몰두 2022. 1. 4.

일본의 하츠모우데(初詣)는, 신년에 처음으로 신사나 절, 사원에 참배하는 것을 말한다. 하츠모우데라는 문화가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정착된 시기는 에도시대라고 한다. 이는 지난 년도를 무사히 보냈다는 감사를 바치고, 근처의 신사에 참배하며 금년 한 해의 무사함을 기원하는 풍습이다. 도일 후 최근 몇 년간 연말에는 쌓여있는 과제에 파묻혀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놓기가 버거워 하츠모우데를 갈 정신이 없었기도 했고, 어떤 신사를 방문해야 하는 지도 모를 정도로 하츠모우데라는 문화에 대해서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굳이?'라는 의문으로 귀찮음을 정당화했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의 연말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하츠모우데를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찮다는 사람을 꼭 붙잡고, 근처에서 꽤 유명하다고 하는 이나게 센겐신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인기가 있다는 쿠치코미를 다수 발견했지만, 1월 1일 땡 치고 방문한 것이 아니라, 정오가 지나 오후 늦게 늘적하니 방문했기 때문에 그래도 사람이 이 정도로 붐빌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일반적으로 3일까지, 넉넉잡아 15일까지도 하츠모우데를 하는 기간으로 따진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인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센겐신사입구
이나게센겐신사(稲毛浅間神社) 입구

 

인파 이외에도 인상적인 것을 꼽으라면, 각 가족들이 엔기모노(縁起物)로서 구입한 복갈퀴(熊手)나 부적(御守り) 등을 반납하기 위해서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엔기모노, 즉 길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장식하는 물건들은 1년에 한 번씩 새로 사는 것이 문화인 듯하다. 특히 복갈퀴는 성인의 몸을 훌쩍 넘는 크기다보니, 눈에 띄더라. "납찰소(納札所)"에서 그것들을 수거하는 모습을 착각해서, 아 여기서 저걸 사는 건가보다 했으나 사실은 반대였다는.. 본당에 올라가기 전에도 자동차들이 주차장에 깔려 있길래, "아니 여기 진짜 유명한가보네.."를 목적없이 계속 반복해서 말했으나, 그러한 인파는 본당에 올라가는 길에서 절정을 맞았다. 본당에 올라가려고 하는데, 그 많은 인파가 좁은 걸음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병목구간이 보였다. 단지 구글 평점에 의지하여 온 것일 뿐이었는데, 여기 대체 무슨 신사인건가 하고 검색할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 칸사이로 갔다오는 노조미 신칸센에서 찍은 후지산. 

 

검색해보니, 이 신사는 이나게에 있는 "센겐신사(浅間神社)"였다. 센겐신사는 후지산에 대한 신앙과 관련한 신사를 의미한다. 후지산은 일본인에 있어 예로부터 '신'으로 여겨져 왔으며, 특히 에도시대에 후지산을 숭배하는 조직인 후지코(富士講)가 번성하면서 이러한 센겐신사도 각지에 퍼진 모양이다. 후지산의 여신 코노하나노사쿠야비메(このはなのさくやびめ)는 순산, 사랑, 여성과 관련성이 있는 모양. 한국에 널리 퍼진 종교에 익숙한 나로서는 이러한 토착신앙이 신선했다. 일본에서는 카톨릭 신자가 약 1%로 일본의 토착신을 믿는 비율인 약 3% 보다 낮다. 무교인 비율이 가장 많으며, 뒤이어 불교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통계와 일본 연예인 중 처음 듣는 이름의 종교를 믿는 사람의 뉴스를 접하면, 참 문화가 다르구나가 느껴지더라.

 

이나게센겐신사 본당
센겐신사에마
임인년을 맞아, 에마(絵馬)에도 호랑이가. 검은 호랑이의 해라던데, 반영되진 않은 듯.
에마를 걸며 소원을 빈 사람들
오미쿠지를 뽑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렇게 묶고 가면 된다.

 

본당에 올라가니, 「破魔矢・熊手・縁起物」라는 글씨가 가장 눈에 떴다. 특히 파마의 화살(破魔矢)이라는 글자를 보고, 이누야샤에서 가영이가 파마의 화살을 쏘던 게 생각이 나더라. 파마가 뭔 뜻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그냥 포켓몬 기술 이름처럼 생각했었는데.. 마를 쫓는 화살인 것이었다.. 후지산의 웅장함과 후지산을 믿는 신도를 존중하지만, 후지산을 향한 참배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참배는 생략. 대신 에마를 걸고, 오미쿠지를 뽑기로 하였다. 호랑이의 해를 맞아 멋진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 에마의 위에, 앞으로 맞이할 나날들이 부디 밝기를 기원하는 문장을 쓰고, 에마를 장식하는 곳에 걸었다. 오미쿠지에서는 末吉가 나왔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오미쿠지를 거는 곳에 묶고 나왔다. 오미쿠지의 점괘는 일본인도 읽기 어려운 문체인지, 인터넷에 검색하면 알아듣기 쉬운 말로 번역해주는 사람들이 많은 듯. 참고로 오미쿠지의 순위는 다음과 같다.

 

【오미쿠지의 길흉이 7단계로 나뉜 경우】
大吉、吉、中吉、小吉、末吉、凶、大凶
【오미쿠지의 길흉이 9단계로 나뉜 경우】
大吉、吉、中吉、小吉、半吉、末吉、末小吉、凶、大凶

 

아마자케매점
아마자케 판매소
아마자케
따뜻한 식혜 맛의 아마자케(甘酒)

 

근처에서 200엔에 마셔볼 수 있는 감주, 아마자케(甘酒). 특히 신도에서는 신으로부터 수여받은 '쌀'로 만든 술이기 때문에 하츠모우데 때에 한 모금씩 마셔보는 것이 풍습이라고 한다. 아주 따뜻하고 달콤한 식혜의 느낌? 기대하지 않았는데, 맛있었다. 알코올 맛이 전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酒'라는 단어가 들어있기에, 알코올 도수가 궁금했는데 검색해보니 1도 미만이라고 한다. 

 

가득가득한사람들
주위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다.
밑에도사람들
뒤를 봐도 많다
봉납하는곳
새로운 복갈퀴(熊手)를 구입하는 사람들

 

아마자케를 구석에서 마시며, 주위의 사람 구경을 했다. 사람은 다시 봐도 많았고, 새로운 엔기모노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것도 보였다. 엔기모노를 판매하는 미코(巫女)는, 메이지 신궁을 구경갔을 때 이후로 처음 보았기 때문에 인상 깊었다. 또 쿠치코미에 여기서 후지산이 보인다는 썰이 있었는데, 둘러봐도 후지산이 보일 만한 스팟이 없었는데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을까는 의문이었다.

 

 

신년을 맞아 세단제(歳旦祭)도 진행 중이었다. 햇빛에 비친 금빛 의상이 번쩍번쩍. 어떤 의미를 가졌는가, 무엇에 관한 기원인가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開運厄除・家内安全・商売繁盛에 관한 기원이 아닐까 추측한다.

 

센겐신사출구로가는길
출구로 향하는 길.
센겐신사출구
출구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한국 사람에게도 1월1일 신정은 한 해를 시작하는 뜻깊은 날이지만, 신정에 가족끼리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하는 문화는 없었기 때문에 썩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께도, 2022년에 좋은 일이 가득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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