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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의 기록

도쿄 일루미네이션, 롯폰기 미드타운과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by 몰두 2022. 1. 22.

2019년 도쿄에 오기 이전, 나는 여행을 할 때 도시 보다는 시골, 그리고 그 나라의 다양한 문화재나 기념적인 장소에 방문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the 도시"의 이미지가 있는 도쿄는, 일본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에서 가장 선호하지 않는 도시였다. 도쿄를 갈 바에 교토, 후쿠오카, 홋카이도 쪽을 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더랬다. 그러나 2019년 도쿄에 도착한 이후, 도시에 별로 볼 것이 없다는 내 선입견이 깨졌다. 도쿄에 있는 여러 랜드마크도 거리의 분위기(佇まい)도 나름의 멋이 있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 '빛'을 이용해서 다양한 볼 거리를 창출한다는 점이었다. '일루미네이션'이라는 개념 자체를 일본에서 접했기 때문에, 빛으로 이런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라는 충격을 받게 되었다. 물론 한국에도 최근에 DDP나 신세계, 경복궁 일루미네이션이 화제를 모으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일루미네이션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도쿄미드타운일루미네이션1
2019 도쿄 롯본기 미드타운 일루미네이션

 

애초에 롯폰기 자체를 일루미네이션을 보러 처음 가본 것이었는데, 럭셔리한 거리였다. 이 곳은 롯폰기 힐즈의 고급 백화점과 레스토랑부터 간단히 술 한 잔 마실 수 있는 아늑한 선술집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는 거리. 유명한 요리집으로는 EBS '직업세계의 일인자'에서도 방송되었던 스키바야시 지로(すきやばし次郎)가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 짤에서도 스시 장인이 있다는 가게로 많이들 돌아다니곤 하는 집. 너무 유명해진 탓에, 기대를 잔뜩하고 온 손님을 조금 실망하게 만든다는 평도 있지만, 여전히 건재한 듯하다. 예술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롯폰기 아트 나이트'를 보러 가는 것도 추천하는 바이다. 특히 2019년에는 개최 10번째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아티스트를 맞이했는데, 그것이 한국인 '최정화' 씨라는 것도 화제를 불러모았다고 한다. 

 

그러한 롯폰기 미드타운 일루미네이션을 2019년 겨울 방문했는데, 데이트 스팟으로 딱 제격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혼자 오는 것도, 가족 단위로 오는 것도 좋겠지만,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구체가 커플에게 적당한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 깜빡거릴 때도 있다가, 파도처럼 저 너머에서부터 이쪽까지 불빛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때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파란색의 분위기가 강할 때가 많았는데, 멀리 보이는 도쿄타워와의 대비가 아직도 선명하다. 

 

도쿄미드타운일루미네이션2
주변이 온통 파래지는 장관이 연출. 뒤의 도쿄타워와의 대비도 완벽.

동영상으로 보면 이런 느낌.

도쿄미드타운일루미네이션4
조금 이동하면 이런 구간도 있었다.
도쿄미드타운일루미네이션5
온통 황금빛 일루미네이션으로 가득찬 곳에서 찰칵.

 

파랑으로 물든 공간에서 벗어나면, 황금빛의 일루미네이션을 볼 수 있는 거리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롯폰기의 화려함이 황금색 일루미네이션과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 든다. "얼죽코"라는 말이 최근에 쓰이기도 한다던데, 일본은 한국과는 다르게 한겨울에도 코트를 입을 수 있는 날씨가 많다. 한국에서는 저런 맥코트 12월에 입을 수나 있나..? 더불어 패션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공대생이 즐겨입는 체크남방을 입고 왔다는 이유로, 이 날 쓴소리를 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냥 코트에 받쳐 입기에 무난해보여서 입었건만. 이 날 이후로 체크남방은 잘 안 입고 다닌다고 한다.

 

에비스맥주1
에비스 맥주 기념관의 귀여운 조각품.
에비스맥주2
시음도 맛에 따라 각각 한 잔.

 

그리고 2020년, 에비스에서 맥주 기념관과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일루미네이션에 다녀왔다. 2017년 후쿠오카 기린 맥주공장에서 먹은 시음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에비스 맥주 기념관 시음회도 꽤 기대했더랬다. 에비스 맥주기념관 투어 참가비는 시음 2잔을 포함한 금액이 인당 500엔. 일본에서 에비스는 일명 프레모루(プレモル)라고 불리는 프리미엄 몰츠와 쌍벽을 이루는 고급 맥주로서, 다른 맥주와는 달리 한국에서 수입되지 않다가 뒤늦게 국내에 수입된 맥주이다. 남자는 닥치고 삿포로 맥주(男は黙ってサッポロビール)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한 삿포로 맥주의 고급 맥주 브랜드. 맥주 앞에 그려진 오동통한 남자는, 칠복신에서 복덕을 관장하는 동명의 신 에비스(恵比寿)이다. 개인적으로 에비스 맥주는 후쿠오카 여행에서 편의점에 있길래 먹어보고 맛있어서 반했던 맥주였다. 그건 그렇고 시음회에서 갓 뽑아낸 맥주는 어떤 브랜드든 그냥 믿고 먹을 정도로 맛있는 듯. 

 

★ 후쿠오카 기린맥주 공장에 다녀온 여행기는 글 아래 링크 참조.

 

쉑쉑버거
출출하니 쉑쉑버거를 먹어줍시다
에비스일루미네이션1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일루미네이션
에비스일루미네이션2
반짝이는 나무 옆에서 한 장 찍어줍시다.
에비스일루미네이션3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일루미네이션의 하이라이트, 샹들리에.

영롱한 파란색으로 물들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가 본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의 일루미네이션! 롯폰기 미드타운 일루미네이션에 비해서는, 샹들리에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이걸 보기 위해 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일루미네이션을 전부 보는 데는 그래서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다만, 샹들리에가 예뻐도 너무 예쁘다.. 겨울밤과 어우러져서 황금색으로도 파란색으로도 빛나는데, 한동안 나의 배경화면이었을 정도. 겨울에 에비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 기린 맥주 공장에 다녀온 후쿠오카 여행기

https://doowhatiwant.tistory.com/21

 

후쿠오카 3박4일 여행, 2017년 여름(후쿠오카 타워, 모모치 해변, 다자이후, 야나가와, 기린맥주 공

개인적으로 참 기억에 많이 남았던 후쿠오카 3박4일 여행. 2017년 봄부터 이번 여름에는 꼭 해외여행을 갔다오겠다고 벼르던 나는, 일본 타지역이나 동남아도 생각하던 끝에 결국 후쿠오카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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