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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의 기록

눈 오는 도쿄! 후타코타마가와, 산겐자야, 코마바 캠퍼스(2022년 1월 6일)

by 몰두 2022. 1. 9.

2022년 1월 6일. 기상청에서 얇게 눈이 쌓일 수 있다는 예보를 내며, "うっすら積雪"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도쿄에 눈이 오면 얼마나 오겠어, 하였지만 마른 빨래에 눈이 묻는 건 싫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두어 들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날 이 행동이 얼마나 선견지명 있는 행동이었는지는 몰랐다. 그 전날에 나는, 연금 관련 상담으로 동사무소에 전화를 했지만, 보다 빠른 결과를 받기 위해서는 후타코타마가와역(二子玉川駅)에 있는 연금사무소에 연락할 것을 제안받았다. 다시 연금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필요한 준비물을 들은 후 1월 6일에 가겠다고 이야기하였다. 나는 집돌이의 본능으로, 나갈 때 모든 일정을 해치워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날 일정을 아주 타이트하게 잡았다. 가는 김에 쇼인진쟈마에역(松陰神社前駅) 근처에 있는 구청에 들려 주민표도 뽑고, 또 학교에 들러 장학금 관련 일도 해치워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그리 많이 오지도 않을 눈이라고 생각했기에, 우산은 상남자 식으로 챙기지 않았다(바보).

 

후타코타마가와에서 맞이한 첫눈. 이때까지만 해도 진눈깨비인 줄 알았다.
조금씩 강해지기 시작하는 눈

 

연금사무소로 가는 길에 눈은 거의 오지 않았다. 연금사무소에서 직원 분이 일처리도 빠르시고 친절하셔서, 본래 전화로는 1주일 정도 걸릴 것 같다는 사무를 그 날 바로 처리해주신다고 하였다. 상담을 마치니 12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1시 반 정도에 관련 서류를 찾으러 오면 될 것 같다고 말해주셨다. 연금사무소의 좋은 점은, 역에서 진눈깨비처럼 쏟아지는 눈을 안 맞고도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근처에 맥도날드를 포함한 음식점들이 많았고, 쇼핑센터 위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 죽이기도 좋았다. 일단 점심을 먹을 겸 맥도날드를 갔는데, 사람이 오지게 많더라. 점원이 교통정리를 해주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덕분에 무사히 나도 안착. 다만, 내 바로 뒤에서 어떤 사람이 커피를 쏟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높은 의자라서 바닥에 다리를 붙이고 있지 않았던 터라 커피가 튀기지는 않았다. 그건 그렇고, 맥도날드 창가에서 보고 있자니 눈발이 점점 거세지는 게 보여서, 다음 일정을 취소할까 하다가 이상한 충동으로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싶어서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무슨 오기인지 모르겠지만 우산도 사지 않기로 하였다.

 

세타가야선 산겐자야
산겐자야 세타가야선. 노면전차를 탑승할 수 있다.
덴샤안
덴샤에 탑승하면 이런 느낌

목적지로 출발

 

쇼인진쟈마에역(松陰神社前駅)으로 가기 위해서 산겐자야 세타가야선에서 탈 수 있는 노면전차에 탑승하였다. 원래 가끔씩 고양이가 그려져 있는 노면전차가 오기도 하는데 오늘은 눈이 와서 추운지 안 온 듯(?). 이 때부터 이건 진눈깨비가 아니라 함박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에 눈이 묻어서 서류가 혹시 젖지는 않겠지 하는 걱정이 들만치 눈발이 거세져왔다. 그래도 도쿄와서 눈 오는 광경을 한 번도 보지 못해서인지 낭만에 취할 만한 경치였다. 사람들도 너나할 것 없이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에서 경치를 찍고 있었다. 

 

와카바야시역
세타가야선 와카바야시역(若林駅). 동사무소로 가는 중.

눈 오는 거리.
구청 가기 전에 한 컷.

 

사실 세타가야 구청에는 좋지 않은 인상이 있다. 1층 데스크에서 직원들이 어느 창구로 가야할지 안내해주는데, 스태프 중에 외국인인걸 발견하면 누가봐도 하대하는 반말 말투로 대하는 직원이 있었기 때문. 물론, 세타가야구청을 올 때마다 참 외국인이 많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데, 그 때문에 온갖 외국인을 상대하다가 그 사람도 경어를 쓰지 않게 됐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사람 때문에 나의 구청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좋지 않았다. 이 날 갔을 때는 그 사람은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좀 익숙지 않은 단어 사용에 얼을 타긴 했지만, 무사히 서류를 받아 퀘스트를 클리어하였다. 

 

눈오는산겐자야
산겐자야역으로 돌아옵시다.
캐럿타워 옥상. 예상대로 온 곳에 눈이 소복히 쌓였다.
라디오
옆을 보니 라디오 생방중.

 

구청에서 다시 산겐자야로 돌아오는 중에, 이건 꼭 캐럿타워(キャロットタワー)에서 사진을 찍어야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모처럼 눈이 오니, 온갖 곳에서 눈을 좀 감상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했다. 캐럿타워는 산겐자야역 바로 옆에 있는 타워인데, 26층의 스카이캐럿전망로비(スカイキャロット展望ロビー)에서 세타가야구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유명하다. 이 건물의 캐럿타워라는 이름은 공모전을 통해서 지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타워의 색깔이 당근색이랑 비슷하다는 이유로 공모전에 이름을 제출하여, "비타민이 가득하고 건강이 넘치는 이름은, 장래의 전망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선정했다고 한다. 캐럿타워에서 사진을 찍고 보니 주위에 솔찬히 눈이 쌓였지만, 서둘러서 가면 학교에서 볼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집에 가방을 두고 얼른 학교로 향했다.

 

대설경보 발령

도쿄대 코마바 캠퍼스 전경

눈내리는1호관
눈 내리는 도쿄대 코마바캠퍼스 1호관의 전경
눈내린은행나무길
눈 내린 도쿄대 코마바 캠퍼스 은행나무 길. 올 겨울 베스트 사진.

 

사실 학교로 돌아간건, 볼 일이 있다는 것도 있었지만, 캠퍼스 전경을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특히 겨울에는 은행나무 잎이 모두 다 떨어져서, 코마바 캠퍼스의 자랑인 은행나무 길도 휑하여 찍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눈이 내리면 은행나무길 포함, 여러 곳이 참 장관이지 않을까 하여, 서둘러 캠퍼스로 향했다. 예상적중! 드디어 코마바 캠퍼스의 사계절 사진을 모두 컴플리트할 수 있어 기뻤다. 사진을 찍어 기쁜 것도 잠시, 추위에 개복치처럼 약한 아이폰의 배터리는 급격히 닳기 시작했고, 대설경보까지 내려 곧장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기상청도 예측못한 갑작스러운 많은 눈이었지만, 가끔은 이렇게 눈이 오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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