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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의 기록

일본 도쿄 벚꽃 축제 명소, 메구로 강(메구로가와 目黒川)에서의 산책

by 몰두 2022. 2. 2.

일본인이 참 좋아하는 벚꽃, 사쿠라. 에도시대의 유명한 시인 마츠오 바쇼(松尾芭蕉)도 「さまざまなこと思い出す桜かな (다양한 것을 상기시키는 벚꽃이려나)」라고 읊조렸듯이, 일본 문학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보며 샘솟는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다고 한다. 더하여, 시간이 지날 때마다 즐길 수 있는 멋이 달라진다는 의미에서 朝桜(아침의 벚꽃, 아사자쿠라)・夕桜(저녁의 벚꽃, 유우자쿠라)・夜桜(밤의 벚꽃, 요자쿠라)라는 단어를 따로 붙인 것에서, 잠깐 피었다 지는 벚꽃을 진득하게 감상했던 일본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코마자와공원 봄
2021년, 코마자와 올림픽공원에 찾아온 봄.
오다이바의 봄
오다이바에 찾아온 봄.
복사꽃예쁜사진
사이고우야마 공원에서. 복사꽃이 당차게 기지개를 펼 때 즈음, 벚꽃이 개화하기 시작한다.

 

벚꽃은 일본에서 3월 중하순에 남쪽부터 서서히 피어오기 시작하는데, 기상청에 따르면 도쿄의 경우, 2022년 벚꽃의 개화시기는 3월 23일 정도라고 한다. 벚꽃이 피기 전에는 복사꽃과 매화를 전채처럼 감상해주자. 위에 코마자와 올림픽 공원과 사이고우야마 공원에서 찍었던 사진은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벚꽃만 기다렸던 사람들을 비웃을 정도로, 한창 때의 매화와 복사꽃은 매우 아름답기 그지없다. 서서히 꽃이 피어오르는 풍경을 보면, 또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 느껴진다. 어릴 때는 겨울에 사라졌던 녹음이 어느샌가 서서히 나타나는 광경을 보고 감탄하는 것에 공감이 덜 갔는데, 산책하다 그런 풍경에 문득 마음이 리프레쉬되는 자신을 돌이켜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케지리오오하시에서 나카메구로로 이어지는 메구로강을 천천히 걸어봅시다. 

메구로강 낮의벚꽃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살짝 팝콘같기도?
메구로강 낮의벚꽃1
코로나라 사람이 별로 없는 메구로강.
메구로강 낮의벚꽃2
가까이서 보면 이런 모습
메구로강 낮의벚꽃3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참 많이도 피었다.
메구로강 낮의벚꽃4
방해물은 치우고 온전히 벚꽃만 찍고 싶어서. 
메구로강 낮의벚꽃6
2019년에는 사람도 참 많았던 메구로강.

벚꽃이 흩날려 아래의 강에 쌓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낮의 벚꽃을 찍었던 이 날은, 사진을 찍어주러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나카메구로로 걸어가던 날이었다. 날도 그렇게 춥지 않고, 날씨도 좋았었기에 사진이 잘 찍히겠구만 하고 기분좋게 걸어가던 날이었더랬다. 졸업식이 좀 느지막이 끝날 것 같다고 연락을 받았기에, 벚꽃을 좀 찍을 시간이 생겼다. 코로나 이전에는 벚꽃이 피는 날이면, 항상 관광객이 정말 많았던 기억이 나는데 사람이 드문드문뿐이 없는 것을 보니, 관광객이 아예 못들어온다는 것이 훨씬 실감이 나곤 했다. 항상 벚꽃이 잘 찍히는 다리 변에는, 잠깐 서기 위해서도 좀 기다려야할 정도로 사람이 많곤 했는데. 물론, 좋은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는 건 편했다. 카메라에 벚꽃을 꽉 채워 찍기 위해서 이래저래 돌아다니며 사진에 담았다.

 

요자쿠라
밤의 벚꽃은 봄에 내리는 눈처럼 하늘을 하얗게 뒤덮었다.
요자쿠라1
이 때는 좀 더 벚꽃이 만개했을 때.
요자쿠라2
가까이 찍으면 이런 느낌.
요자쿠라3
하늘을 가득 메우는 벚꽃.
요자쿠라4
옆의 건물은 나카메구로 돈키호테. 오른쪽에는 벚꽃나무들이 계속 나열되어 있었다.
요자쿠라5
흩날려라 천본앵!
요자쿠라6
매력적인 산책코스가 아닐 수 없다.

 

요자쿠라를 본 것은, 근처에서 친구들과의 저녁약속이 끝난 뒤였다. 막차시간 즈음해서 다들 집으로 흩어졌을 때, 나는 문득 나카메구로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무렵쯤 다음 날의 숙취가 신경쓰여서, 술자리에서 물을 잔뜩 먹는 습관이 있었는데, 도저히 걷지 않고는 못 배길 느낌이기도 했다. 그것도 그렇고, 나카메구로 강은 내가 자주 애용하는 산책코스 중 하나인데, 평소부터 요자쿠라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술기운이 잡생각이 드는 것을 틀어쥐고 있을 때, 갑자기 번쩍 든 요자쿠라에 대한 충동은 자연스레 몸을 그 쪽으로 이동시켰다. 평소에도 오샤레한 가게들이 많은 곳인데, 벚꽃이 피니까 훨씬 화려함이 더해졌다. 벚꽃 향기보다는 라일락 향기에 가까운, 뭉뚱그려 말하면 봄의 향기가 마스크 안까지도 스며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강에 비친 가로등의 불빛마저 카메라에 예쁘게 잡히는 터라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아직도 강을 유유히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갈 때의 시간이 생각날 정도.

 

벚꽃이 다 져갈 하자쿠라(葉桜)의 무렵, 아직 피어있던 벚꽃나무를 보며 한 컷.

 

끝으로 벚꽃이 져갈 무렵을 일본어로는 "葉桜の季節(하자쿠라의 계절)"이라고 표현한다. 하자쿠라는 직역하면 이파리 벚꽃 정도 될까? 개인적으로는 벚꽃이 지고 난 이파리마저도 벚꽃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깊었다. 메일 인사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표현이라 볼 때마다 신선한 느낌. 조금만 지나면 벚꽃이 피고 졌다가, 언제 추웠냐는 듯 여름이 오는 루프가 또 오겠지. 올해에도 나카메구로에서 벚꽃을 즐겨볼 예정이다. 

 

★ 다른 벚꽃 명소 리쿠기엔과 구 후루카와 정원 포스팅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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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벚꽃 명소 리쿠기엔, 구 후루카와 정원에서 봄산책!

 2020년 봄이 다가왔을 때 만개하는 벚꽃을 구경하기 위하여 리쿠기엔(六義園)에 갔다 왔다. 리쿠기엔은 도쿠가와 막부의 쇼군에 총애를 받던 야나기사와 요시야스(柳沢吉保)가 별장으로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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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메구로 강 옆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포스팅은 여기로.

https://doowhatiwant.tistory.com/3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スターバックス リザーブ ロースタリー 東京) in 나카메구로, 202

나카메구로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2019년에 개점한 스타벅스의 세계 5번째 리저브 로스터리이다. 커피에 문외한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건물 내부 곳곳에 볼 것이 넘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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